눈덩이 충당금에 사실상 ‘셧다운’…저축은행 여·수신 10조원대 급감

자취 감춘 고금리 예금
부동산PF 부실·연체율 상승 충격파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지난해 적자를 내기 시작한 저축은행이 대출 문을 닫고 고금리예금 취급마저 중단하면서, 여·수신 잔액이 10조원 넘게 급감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120조2384억원)보다 13조893억원(10.89%) 감소한 수준이다.

여신(대출 잔액) 또한 같은 기간 104조 936억원으로 한 해 만에 10조9347억원(9.51%)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업권은 2022년 말 자금경색 사태 이후 치열한 예금금리 경쟁을 벌였고, 고금리 예금을 대거 취급하면서 고객에게 내줘야 할 이자비용이 급증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저축은행업권은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왔던 지난해 말 예금 금리를 내려 부담을 줄였고, 수신고도 말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 예·적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은 통상 시중은행보다 0.8~1%포인트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한다. 2022년 말 저축은행업권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6%대에 달했지만 지금은 평균금리가 3.73%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악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고금리 여파에 따른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일반 기업대출로 분류했던 토지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부동산PF에 준하는 충당금을 쌓게 하고, PF 대출의 자산건전성 분류도 보수적으로 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순손실로 인해 대출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금 금리를 조정해 조달 비용을 줄였다”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대비해 충당금 적립이 늘며 적자로 전환한 저축은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