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데뷔 박무빈, 그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현대모비스의 당찬 신인 박무빈(23‧187cm)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새로운 사령탑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있었던 ‘FIBA 아시아컵 2025' A조 예선 2차전에서 태국을 96-62로 완파했다. 한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기는 했지만 최근 기세가 좋았던지라 한국팀 역시 단단한 정신무장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
지난 22일 호주 원정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울었던지라 1승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첫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로는 박무빈과 더불어 오재현(25‧186cm), 한희원(31‧195cm)이 있었다. 둘은 호주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지만 막내 박무빈은 기회를 잡지못했다. 태국전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코트에 나서서 데뷔전을 치렀다.
강심장으로 유명한 박무빈도 국가대표 데뷔전 만큼은 긴장됐던 것일까. 오른쪽 코너에서 던진 3점슛이 에어볼이 되는 등 야투를 연달아 놓쳤다. 하지만 박무빈은 주눅들지않았다. 공수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의욕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선배들도 도왔다. 4쿼터 중반 김종규가 패스를 건넸고 박무빈은 노마크 골밑슛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김종규도 환하게 웃으며 막내의 국가대표 신고식을 축하해주었다. 이날 박무빈이 올린 성적은 2득점, 3어시스트, 1스틸이다.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는 의견이 많다. 리그에서 보여주고있는 특유의 씩씩한 플레이를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어느정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무빈이 데뷔한 태국전은 귀화선수 라건아(35‧200.5cm)의 마지막 계약경기이기도 했다.
고려대 야전사령관 출신 박무빈은 올시즌을 앞두고 치러졌던 신인드래프트에서 연세대 유기상(23‧188cm), 고려대 동기 문정현(23‧194.2cm)과 함께 빅3로 불렸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KT가 문정현을 지명하면서 박무빈(현대모비스), 유기상(LG) 순으로 순번이 갈렸다. 하지만 셋중 누가 1순위가 되도 놀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입증하듯 치열한 신인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들 일장일단이 있는지라 신인왕을 누가 타도 이상하지않을 분위기다. 유기상은 장점이 많은 슈터다. 외곽슛에 능한 유망주들은 많겠지만 수준급 수비까지 겸비한 케이스는 많지않다. 볼소유를 간결하게 가져가면서 자신에게온 찬스는 놓치지않고 거기에 신장대비 긴 윙스팬과 적극성을 앞세운 수비까지 빼어나다.
국내에 보기드문 3&D 자원으로의 발전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10일 KCC전에서는 20분도 뛰지 않고 3점슛 6개를 적중시키는 폭발력까지 보여줬다. 조상현 감독이 “1순위 지명권이 있었어도 유기상을 뽑을 생각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팀내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어떤 조합에도 잘 맞을수 있다는 부분도 유기상의 장점이다.
문정현은 주로 3.5번으로 분류되지만 외곽슛에서 약점을 지적받고 있다. 점점 나아지고있는 추세이기는하지만 정상권 윙자원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슈팅에서의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그는 김동욱처럼 전천후 포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워낙 다재다능해 1~4번까지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와 패싱 능력, 거기에 수비력까지 갖췄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조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전천후 자원으로 분류된다. 그러한 재능을 인정받아 프로에 오기전인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뛰는 등 셋중 가장 먼저 태극마크를 달아본 경력을 가지고 있다. 시즌초에는 확실한 역할을 받지못해 다소 갈팡질팡했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고있는 모습이다.
유기상이 어디든 잘맞는 조각, 문정현이 쓰임새가 많은 재주꾼 타입이라면 박무빈은 한팀을 이끌어나갈 돌격대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즌초 발목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졌지만 1군에 합류하기 무섭게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돌파와 외곽슛에 패스까지, 내외곽을 오가며 상대수비를 뒤흔들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고려대 시절보여준 두둑한 배짱과 강심장을 프로에서도 바로 보여주고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선수에게 과감함은 큰 무기다. 경험이 적은 신인들같은 경우 자신에게 기회가 와도 망설이고 멈칫거리다가 가지고있는 기량을 제대로 못보여주기 일쑤다. 박무빈은 다르다.
빈공간이 생겼다싶으면 자신보다 큰 선수들이 앞을 가로막아도 과감하게 치고들어가 돌파를 성공시키고 슛을 던진다. 흡사 거칠게 타오르는 불길같다. 하지만 무조건 뜨겁지만도 않다. 최고 선수들이 모인 프로무대서 열정과 의욕만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박무빈은 열정이 뜨거울뿐 마구잡이로 들이대지만은 않는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자신이 해야될 것과 하지말아야 될 플레이를 잘 구분한다. 클러치 상황에서 더 집중해서 공격을 시도하고 패스를 뿌릴 수 있는 이유다. 박무빈의 활약에 현대모비스 팬들은 잔뜩 들떠있는 분위기다. 향후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양동근의 후계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아직 첫시즌도 다 치르지않은 신인이기는 하지만 박무빈에게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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