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기대가 큰 만큼, 짊어진 책임도 크다… 김기훈은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김태우 기자 2024. 2. 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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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 직후의 강렬했던 그 모습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는 김기훈 ⓒKIA타이거즈
▲ 김기훈은 겨우내 부지런히 땀을 흘렸으나 첫 연습경기 성과는 좋지 않았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속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거침없이 던졌다. 한가운데 대놓고 던져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빠른 구속은 물론, 뛰어난 수직무브먼트까지 가미된 공은 마치 떠오르는 듯했다. KIA 팬들은 김기훈(24‧KIA)이 달라져 돌아왔다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동성고를 졸업하고 2019년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김기훈은 그 지명 순번에 걸맞은 기대를 항상 달고 다녔다. 2019년 19경기, 2020년 22경기에 나가는 등 구단도 꾸준히 기회를 줬다.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자원이라 여겼다. KIA의 기다림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현실화되는 듯했다. 2022년 제대 후 5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남겼다. 구속은 빨라졌고, 패스트볼은 춤을 췄다.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전역 신고를 했다.

모두가 김기훈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기였다. 구위도 좋았고, 제구도 좋았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 요소까지 갖추고 있었다. 2023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놓고 윤영철 임기영과 경쟁할 정도였다. 그런데 김기훈은 2023년부터 지금까지 2022년 말 보여줬던 그 구위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방황이 미스터리하게 느껴진다.

김기훈은 지난해 29경기에서 31⅓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평범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세부 지표가 썩 좋지 않았다. 31⅓이닝에서 볼넷만 37개를 내줬다. 제구 난조였다. 78일이나 2군에 있어야 했다. KIA가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기대는 여전히 컸다. 비시즌 동안 호주 리그에 보내는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호주 리그에서도 몇몇 문제점만 확인했다. 1년이 그렇게 휩쓸려 지나갔다.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기대치를 채울 만한 요소가 쉬이 보이지 않는다. 25일 일본 오키나와현 킨 구장에서 열린 kt와 연습경기에서도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첫 연습경기부터 출전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구단의 기대치 자체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로서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투구 내용은 KIA 코칭스태프를 고민에 빠뜨릴 만했다.

김기훈은 이날 3-0으로 앞선 8회 등판했다. 선두 이호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것까지는 괜찮았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고 코스가 좋았다. 하지만 견제 실책으로 주자가 3루까지 가며 꼬이기 시작했다. 문상철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폭투로 실점했다. 승부를 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어 오윤석에게 중앙 담장을 직접 맞히는 적시 2루타를 맞고 강판됐다. 이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나온 곽도규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았으나 천성호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아 김기훈의 자책점이 하나 더 올라감은 물론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팀도 3-4로 졌다. 연습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확실히 뒷맛이 좋지 않았다.

▲ 김기훈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구단의 기대치가 크다 ⓒKIA타이거즈
▲ 올해 반등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기훈 ⓒKIA타이거즈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36㎞에 그쳤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려면 한참이 남았고, 구속에 큰 의미를 둘 시기는 아니다 하더라도 고개가 갸웃거리는 수치였다. 원래 빠른 공을 던졌던 선수이기에 더 그랬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김기훈의 제대 직후인 2022년 포심 평균 구속은 144.6㎞, 지난해는 143.9㎞였다. 반등을 기대했으나 아직은 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투구 밸런스가 많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힘 있게 공을 끌고 나오지 못하고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 공을 원하는 지점에서 놔야 하는데 밸런스가 흔들리다보니 공이 날리고 있다. 스스로도 그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겨우내 성실하게 훈련했지만 결국 프로는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현재 김기훈에 쏠리는 비판은,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실마리를 찾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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