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개운하게 하고 싶었죠"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장재현 감독이 '파묘'라는 쇠말뚝을 꽂았다. 전작과 다른 결의 그로테스크함을 보여준다.
'파묘'(감독 장재현·제작 쇼박스)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상덕(최민식)와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들 화림(김고은), 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영화다.
작품은 영화 '사바하' '검은 사제들'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선한 K-오컬트물이라 평가받고 있다. 민속 신앙, 풍수를 소재로 역사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메시지가 기저에 깔려있다.
소재의 표피가 아닌 코어를 보려고 한다는 장 감독은 디테일을 위해 먼저 한국장례협회를 찾아가 배우고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15곳의 이장 현장을 누비며 자료 조사한 장재현 감독은 "어느 날 새벽에 급하게 이장 현장을 따라갔다. 진안까지 갔는데, 현장에 가니 근처 수로가 터져 관에 물이 새고 있더라. 장의사가 급하게 토지로 화장하는 모습을 봤다. 그날 과거를 들추고 잘못된 것을 꺼내서 없앤다는 정서가 딱 왔다. 우리의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데 그걸 파묘 한 번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초 파묘를 소재로 삼았을 땐 음흉한 공포 영화로 제작하려 했다고. 하지만 장 감독에게 중요했던 대중이 볼만한 영화, 공포보단 적당한 긴장감과 신비로움이었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는 개운하게 하고 싶었다. 티눈 빼듯이"라며 "또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극장이 망할까 봐 매일 갔다. 큰일 나겠다 싶어 '파묘'는 화끈하게 가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주인공들도 다 바뀌었다. 공포영화로 접근하지 않았다. 뒤에 나오는 '험한 것'도 무섭게 보여준다기보다는 신비로움을 주려고 했다. 아마 공포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아쉬워할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개운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말처럼 '파묘' 후반부는 한일 역사투쟁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 감독은 "일본에 포커스를 맞춘다기보다는 우리 땅,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췄다. 우리 땅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정서, 공포감과 트라우마를 우리 세대들이 힘을 합쳐 개운하게 뽑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그 존재를 괴기하게 보여주기보다는 표피로 봤을 때 은유적인 상징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옆나라의 감정을 주고 싶지 않았다. 옷과 대사, 태도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고 전했다.
호불호 갈리는 '험한 것'은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이었다. 장 감독은 "일본에 있는 국가대표 정령을 데리고 와서 완전히 새롭게 정반대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깔끔한 영화를 만들 순 있지만 한 발자국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의 감독관은 했던 것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그게 저의 '파묘'"라고 설명했다.
'막'으로 구성된 전개방식, 인물들의 내레이션 작업도 새로운 시도였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를 편집하고 나니 사람들에게 복선을 미리 던져주는 게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도깨비가 나오는 게 아니라 미리 던져주고 준비를 시켜주는 거다. 텍스트로 여는 편집방향이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내레이션 역시 "'파묘'에는 액션이 별로 없기에 감정적으로 풀어줘야 했다. 앞에 직업 소개할 때 깔아주니 나중에 인물을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았다. 또한 음양오행 세계관도 잡아줄 겸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액션이 부족하다 했지만, '파묘' 속 배우 김고은의 대살굿 장면은 그 부족함을 채우는 백미가 됐다. 장 감독은 김고은의 연기를 칭찬하며 "사실 진가는 후반부다. 굿 퍼포먼스는 이미지가 강렬하지만, 두려우면서도 자기중심을 지키는 연기는 베테랑 배우 밖에 못한다. 나무 사이에서 정령과 대화를 나눌 때 두려움을 이기려고 표현하고 대사를 전달하는 시퀀스를 보면 세계적인 배우 같다"고 말했다.
대살굿 외에 다수 등장하는 굿 장면에 대해서도 "비주얼로 소비되는 게 간혹 있지만 전 굿의 목적이 보이는 게 좋다. 실제 굿이 그렇다. 신을 부르고 확인하고 영양분을 주고 하는 게 정확한 목적이 있다. 마지막 도깨비 놀이라 하는 굿도 정보를 취득하려고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문, 험한 것의 걸음걸이 등 모두 고증에 맞췄으며 무속 신앙, 등장하는 직업에 대한 예를 갖춘 장 감독이다. 그는 "빛과 오행과 어둠, 불, 물도 곳곳에 넣으려 했다. 음양오행을 어떻게든 미장센에 녹이려고 했다. 도드라진 게 나무였다. 다시 보시면 왜 이 컷이 여기서 시작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전 귀신 잡으러 가는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귀신을 없앨 수 있는 귀신이 나오는 것도 잡으러 가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 영화관과 다르다. 상덕이 수수께끼를 풀듯이 풀다가 잡은 거다. 풍수사와 장의사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건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까지 K-오컬트물의 주축 장재현 감독이다. 자극적인 공포를 쫓지 않는다. 인간과 신, 종교를 적절히 섞어 현 사회의 본질을 고찰하게 한다.
교회 집사이기도 한 장재현 감독은 "저는 생각보다 밝다. 말도 많고 밝은 성격이니까 반대로 그로테스크한 걸 동경하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부분인데, 교회나 절, 성당 외엔 사랑과 의리, 정을 말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게 사라지는 것 같다. 전 그것에 대한 반발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도 찾았다는 그다. 장 감독은 '파묘'가 제74회 베를린 영화제 포럼 섹션에 공식 초대돼 상영됐을 때를 회상하며 "외국 관객들도 굉장히 재밌게 본 것 같다. 민속적인 색채가 있는 영화의 가능성도 봤다"며 "해외 한 기자가 '당신은 호러 영화감독이 아니라 오리엔탈 그로테스크 영화감독'이라고 하더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후속작이요? 어두울 것 같아요. 그로테스크는 기본이에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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