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로봇개는 다리가 손, 문 열고 화재경보기도 작동

이영완 과학에디터 2024. 2. 2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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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서 AI 학습시켜 다양한 동작 성공
장애물 치우고 물건 모으는 작업도 수행
우주 탐사에서 다리만으로 시료 수집 기대
네 발 로봇 애니말이 한 다리를 들어 문을 여는 모습. 인공지능(AI) 학습을 거쳐 한 다리를 팔처럼 쓰면서 나머지 다리로 균형을 잡는 방법을 터득했다./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우리 집 멍멍이는 집을 탈출하는 데 선수이다. 손이 없어도 다리로 문을 밀어 연다. 로봇 개가 인공지능(AI) 덕분에 반려견처럼 다리로 문을 여는 방법을 배웠다. 다리 세 개로 균형을 잡으며 한 다리를 들어 문을 연다. 로봇 개가 다리를 손처럼 쓸 수 있다면 앞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나 우주 탐사에서 별도 장비 없이 네 다리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의 마르코 후터(Marco Hutter) 교수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AI의 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해 로봇개가 다리 하나로 문을 열거나 물건을 드는 동안 다른 세 다리로 균형을 잡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네 다리 중 하나가 로봇팔 역할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Spot)은 문을 열거나 물건을 집을 수 있다. 머리에 집게 팔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발로 움직이는 로봇 개에게 팔까지 달면 무게가 늘고 좁은 공간을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AI를 이용해 로봇 개가 반려견처럼 다리 하나를 들어 팔로 쓰고 다른 다리 세 개로 균형을 잡거나 움직이도록 가르쳤다. 후터 교수는 반려견 훈련에 쓰는 이른바 ‘강화학습’을 적용해 AI가 스스로 다리 동작을 익히도록 유도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네발 로봇 스팟이 머리에 달린 집게 팔로 문을 열고 있다./보스턴 다이내믹스

강화학습은 강아지에게 특정 행동을 계속 가르치기보다 우연히 그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을 하거나 먹이 같은 보상을 주는 훈련 방식이다. TV 예능 프로에서 반려견의 행동을 교정할 때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할 때 강화학습법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로봇 개가 우연히 다리 하나를 들어 문을 열면 점수를 더 주고, 반대로 불안정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동작을 하면 점수를 깎았다. 강화학습을 거친 로봇 개는 다리 하나를 들어 문을 밀었다. 다리로 냉장고 문도 당겨 열었다. 다리 하나를 들어 화재경보 버튼을 누르고 배낭을 들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도 수행했다.

인공지능(AI) 학습을 거친 로봇 개는 다리 세 개로 균형을 잡으면서 한 다리로 문(A)과 냉장고(B) 열기와 물건 옮기기(C), 화재경보기 누르기(D), 장애물 밀어내기(E), 암석 시료 채취(F)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장비 제한 많은 우주 탐사에 도움

연구진은 “다리보다는 손이 물건을 다루는 데 훨씬 능숙하지만 우주 탐사처럼 무게 제한이 있어 장비를 추가하기 힘들 때는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로켓은 정해진 연료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탑재 장비 무게를 줄여야 한다. 우주 탐사용 로봇 개에게 팔까지 달 여유가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듯, 우주에선 다리를 손이나 팔처럼 써야 한다.

후터 교수 연구진은 로봇 개가 우주 탐사에 나선 상황을 가정해 실험을 진행했다. 로봇 개는 네 다리로 움직이다가 장애물이 있으면 다리 하나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 다리 하나에 집게를 달아 암석을 채취하고 그러 모으는 작업을 시켰다. 로봇 개는 다리 하나로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나머지 다리로 균형을 잡았다.

하수도 콘크리트 벽에 발을 대고 있는 로봇 개 애니말. 촉각 센서로 표면 거칠기를 파악해 수리가 필요한 결함 부위를 알아낸다./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후터 교수가 개발한 로봇기술은 연구실에서 창업한 애니보틱스(ANYbotics)에서 애니말(ANYmal)이란 로봇으로 상용화됐다. 애니말은 2021년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지하 탐색 로봇 경진 대회에도 참가해 1위를 차지했다. 취리히시의 하수도 내부와 북해(北海)의 해상 변전소에서 원격 검사 작업도 수행했다. 애니말은 카메라 없이 다리의 위치나 몸의 각도 등을 토대로 자신의 상황을 인식한다. 이는 사람이 자신의 팔다리를 인식해 눈을 감고도 이동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후터 교수 연구진은 2019년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으로 AI를 학습시켜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도록 했다. 당시 논문의 제1 저자는 한국계 캐나다인인 황보제민 박사(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였으며, 포스텍 출신의 박사과정 이준호 연구원도 공저자로 참여했다.

후터 교수와 이준호 연구원은 2022년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네발 로봇이 AI의 강화학습을 거쳐 자연에서 험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년 가까이 로봇이 다니기 힘든 눈밭이나 개울, 진흙탕 등에서 실험했는데 애니말이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arXiv(2024), DOI: https://doi.org/10.48550/arXiv.2402.10837

Science Robotics(2022),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bc5986

Science Robotics(2019),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au5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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