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김하성한테 밀린 3800억 슈퍼스타→이젠 오히려 김하성한테 도움 요청한다 '위엄 그 자체' [피오리아 현장]
김하성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펼쳐진 밀워키 브루어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 2타석 1타수 1안타(2루타 1개)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날도 출루에 성공하면서 김하성은 2경기 연속 멀티 출루를 해냈다. 김하성은 2024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복귀했다. 샌디에이고 사령탑인 마이크 쉴트 감독은 지난 17일 스프링캠프 공식 훈련 첫날 깜빡 발표를 했다. 올 시즌 잰더 보가츠를 2루수로 보내는 대신, 김하성을 유격수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한 것.
이에 김하성은 지난 23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치른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 2타석 1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까지 김하성은 자신이 소화한 2경기에서 모두 유격수로 나갔다.
25일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잰더 보가츠(2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_김하성(유격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잭슨 메릴(좌익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호세 아조카(중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페드로 아빌라였다.
이에 맞서 밀워키 브루어스는 살 프렐릭(루수)-잭슨 츄리오(중견수)-타일러 블랙(1루수)-조이 위머(우익수)-블레이크 퍼킨스(좌익수)-브라이스 투랑(유격수)-에릭 하세(포수)-올리버 듄(2루수)-웨스 클라크(지명타자)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롭 자스트리즈니였다.
양 팀은 1회부터 2점씩 주고받으며 화끈한 난타전을 예고했다. 1회초에는 밀워키의 선두타자 프렐릭이 우전 안타를 치긴 했으나, 샌디에이고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지체없이 1루로 뿌린 공에 걸리며 아웃되고 말았다. 그러나 밀워키는 후속 츄리오가 3루수 방면 안타를 친 뒤 블랙의 중전 안타 때 2루까지 갔다. 위머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밀워키는 퍼킨스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 츄리오가 득점에 성공했다. 동시에 실책까지 겹치면서 점수는 2-0이 됐다.
샌디에이고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1회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3루 땅볼, 크로넨워스가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난 가운데, 잰더 보가츠가 중전 안타를 터트렸다. 이어 마차도가 인정 2루타를 때려내며 2, 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자 밀워키는 2회초 재차 3점을 뽑으며 3-2까지 달아났다. 선두타자 하세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올리버 듄의 적시 3루타 때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클라크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점수는 5-2가 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도 만만치는 않았다. 먼저 김하성은 팀이 2-5로 뒤진 3회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김하성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이어 다음 타자 캄푸사노의 타석 때 김하성이 조기에 스타트를 끊었고, 결국 3루까지 갔다. 그렇지만 메릴이 내야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음을 삼겼다.
밀워키는 4회초 3점을 추가하며 8-2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1사 후 웨스 클라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6-2) 이어 프렐릭이 중견수 방면 2루타를 쳐낸 뒤 츄리오가 좌전 적시타를 치며 3루 주자 프렐릭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기대를 모았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보가츠와 호흡이었다. 보가츠는 몸값부터 차원이 다른 스타 플레이어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시즌 출발을 앞두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는데, 화룡점정을 찍은 건 바로 보가츠의 영입이었다.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와 11년 총액 2억 8000만달러(약 380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향후 5년은 거뜬하게 뛸 수 있는 주전 유격수를 확보하는 듯했다.
보가츠는 그럴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보가츠는 2023시즌까지 11시즌 동안 빅리그 통산 14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175홈런, 741타점, 9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2의 성적을 거뒀다. 4차례 올스타로 선정됐으며, 5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2013시즌과 2018시즌에는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이런 보가츠를 샌디에이고가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다만 보가츠는 2023시즌 타율 0.285, 19홈런 58타점, OPS 0.790의 기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타율과 안타(170개)에서는 팀 내 최고 성적이었지만, 득점권 타율은 0.192로 저조한 면모를 보여줬다. 최신 수비지표 OAA(Outs Above Average, 0이 평균)는 +3이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5위로 보통 수준이었다. 반면 2루수로도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김하성은 +7로 7위에 올랐다. 모든 포지션을 합해서는 +10이었다.
이날 김하성은 수비를 하러 나온 뒤 이닝 교대 시간에 보가츠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통역이 없는 상태에서도 김하성이 보가츠와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하성은 경기 후 이 장면에 대해 "일단 보가츠가 2루수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봇 플레이나 이런 것들이 자기가 안 되는 부분이 좀 있어서, 저와 크로넨워스한테 많이 물어보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저와 크로넨워스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가츠가 오기 전, 샌디에이고의 붙박이 주전 유격수는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은 이미 2022시즌 주전 유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듯했다. 131경기를 유격수, 24경기를 3루수로 각각 나섰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비록 아쉽게 수상이 불발되긴 했지만,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누구보다 확실하게 수비력을 인정받은 김하성이었다. 그런데 보가츠가 오면서 김하성은 자신의 주 포지션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가츠는 2023시즌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불과 1시즌 만에 김하성이 유격수로, 원래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었던 보가츠는 2루수로 가면서 자리를 맞바꾼 셈이 됐다. 그런 보가츠가 김하성에게 2루 수비에 물어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샌디에이고는 앞서 LA 다저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1-14고 크게 패한 뒤 24일 2차전에서는 1-4로 무릎을 꿇었다. 이어 25일에는 밀워키에 7-11로 패한 샌디에이고. 일단 샌디에이고는 26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원정을 떠나는데, 김하성은 동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대략 2타석 정도 소화한 뒤 경기에서 바로 교체돼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샌디에이고는 27일 클레블랜드 가디언스, 28일에는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모두 안방으로 불러들여 싸운다. 29일과 3월 1일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연속으로 홈 경기를 치른다. 김하성은 "이제 경기를 시작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다. 일단 나의 동료는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선발 투수들이 경기를 잘 준비할 거라 생각하며, 저 역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김하성은 2023시즌 메이저리그 162경기 중 15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2루타 23개, 75볼넷 124삼진 38도루(9도루 실패)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출루율+장타율) 0.749의 커리어 하이 성적을 거뒀다. 공격도 잘했지만, 수비에서도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매 경기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 실력을 선보이며 샌디에이고 내야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책도 2021시즌 5개에 이어 2022시즌 8개, 2023시즌에는 1개를 줄인 7개를 기록했다. MLB.com은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타격 실력을 끌어올렸다. 삼진율을 낮추었지만 볼넷의 비율은 높이면서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또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의) 새로운 규칙을 잘 활용하면서 도루도 38개나 성공시켰다"고 치켜세웠다.
피오리아(미국)=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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