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운용사, 거래절벽에 수수료 급감 직격탄…작년 실적 반토막

배영경 2024. 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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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마스턴·코람코 등 대형 10개사, 순이익 전년比 46%↓
종합자산운용사는 '실적방어' 무난…ETF 고속성장에도 과실 못챙겨
얼어붙은 아파트 매매가, 전국 아파트값 13주 연속 하락 (경기 광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전국 아파트 가격이 1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22일 발표한 '2월 셋째 주(19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하락하면서 13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으며 하락폭은 전주(-0.04%)에 비해 다소 커졌다. 반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오르며 서울은 작년 5월 넷째 주부터 40주 연속, 수도권은 작년 6월 넷째 주부터 3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23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4.2.23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운용 등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의 지난해 실적이 부동산 경기침체 여파에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 한파로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관련 보수가 발생하지 않은 게 수익성에 직격탄이 된 걸로 보인다.

반면 종합자산운용사는 해외 종목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실적 방어에 비교적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고속 성장세에 비하면 아직 운용사가 거둘 수 있는 '과실'은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운용사, 작년 순이익 47% 급감…거래급감에 수수료 수익 타격

26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 기준(종합운용사 제외) 상위 10개 부동산 운용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약 1천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해인 2022년(약 2천386억원)과 비교하면 약 46.2% 급감한 규모다.

10개사 가운데 9개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직전 해보다 감소했다.

업계 1위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1천261억원에서 584억원으로 53.7% 줄었다.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18.0%), 마스턴투자운용(-29.5%),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12.7%), 켄달스퀘어자산운용(-28.2%)도 재작년에 비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코람코자산운용의 경우 171억원에서 26억원으로 약 84.9% 급감했고, 에이디에프자산운용(-80.8%)과 캡스톤자산운용(-71.4%)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베스타스자산운용 1개사만이 유일한 실적 개선을 보였으나 이마저도 적자 규모가 소폭 줄어든 것이었다. 지난해 이 운용사는 약 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표] 주요 부동산운용사, 지난해 당기순이익 현황

(단위:원·%)

※ 부동산펀드 순자산총액 기준, 종합운용사는 제외

(자료 = 금융투자협회 통계)

부동산 운용사의 실적 부진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침체와 그에 따른 거래 급감 영향으로 보인다.

통상 부동산 운용사의 기본적인 수수료 수익원은 펀드 설정 이후 운용자산(AUM) 규모에 연동돼 받는 '운용보수'다.

여기에 해당 펀드에 부동산 자산을 성공적으로 편입시켰을 때 받는 '매입보수', 반대로 펀드가 투자했던 부동산 자산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높은 수익률을 거뒀을 때 매각 차익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인 '매각보수'도 주요 수익원이 된다.

또 운용사가 책임투자 차원에서 자사 고유 자금을 자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며 거두는 수익도 있다.

부동산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 2022년과 달리 지난해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거래도 급감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고금리와 재택근무 정착 등의 영향으로 국내 펀드들의 주된 투자 대상이었던 오피스 빌딩 가치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처럼 부동산운용사가 자산을 새로 편입하거나, 반대로 투자하던 자산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거래 자체가 뜸하다 보니 관련한 수수료 수익도 급감하며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펀드 환매 연장이나 기한이익상실(EOD) 여파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만큼, 지난해보다는 올해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는 연내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고 해외 부동산 자산 가격도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면서도 "금리가 코로나19 사태 시기처럼 급격히 낮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과 운용사 실적의 회복세가 급반등할 걸로 기대하기는 솔직히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호실적에 사상 최고점 뚫은 美 증시 (뉴욕 EPA=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이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 발표 영향으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9,000선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02.23 passion@yna.co.kr

종합운용사는 '실적방어'…10대 대형사 절반이 순이익 증가

반면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을 고루 다루는 종합자산운용사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총계 기준 10대 운용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8천377억원으로 재작년(2조5천465억원)에 비해 67.1% 감소했다.

하지만 2022년의 경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카카오뱅크 지분 매각으로 약 2조원 이상의 영업외수익을 거두면서 1조원대 당기순이익을 내는 이례적 상황이 있었다. 이 지분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을 제외할 경우 오히려 138억원 순손실이었다.

이를 반영한 2022년 10대 운용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8천768억원으로, 지난해는 이보다 4.5%가량 줄어든 셈이다.

대형사 10곳 가운데 한화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자산운용(2.9%), 신한자산운용(35.7%), 한국투자신탁운용(4.4%)도 재작년 대비 지난해 순이익이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펀드의 신규 설정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운용사들이 과거와 달리 해외 증시 투자에 집중하면서 운용 성과가 개선된 덕분에 펀드 순자산이 늘었고 이에 따라 보수 수익도 괜찮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ETF 순자산 총액이 12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자산운용업계가 집중하는 ETF 시장이 고속 성장 중이지만 수익 기여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의 수익구조는 단순해서 펀드 운용보수가 주된 수익원인데 ETF는 기존 공모펀드에 비해 보수가 매우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이마저도 보수 인하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 살 깎아 먹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표] 10대 대형 운용사, 지난해 당기순이익 현황

(단위: 원·%)

※ 지난해 자본총계 기준으로 10대 대형 운용사 선정.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2022년 당기순이익은 카카오뱅크 지분매각 수익 미반영 시 138억원 순손실임.

(자료= 금융투자협회 통계)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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