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청년’으로 지방에 산다는 것

장재혁 기자 2024. 2.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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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합원수가 가장 많은 전남 순천농협이 전국 최초로 만 45세 이하 청년이사를 선출했다.

하지만 39세 청년으로서 업무상 최근 지방생활을 시작한 기자에게는 이 상황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나는 왜 지방생활이 만족스러운가, 반대로 청년들은 왜 지방을 떠날까.

청년들을 지방에 머물게 만들기 위해선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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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합원수가 가장 많은 전남 순천농협이 전국 최초로 만 45세 이하 청년이사를 선출했다. 청년 의견을 반영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청년이사를 뽑은 순천농협도 청년인구 부족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2023년말 기준 전체 조합원 1만8200명 가운데 45세 이하는 2.8%인 520명에 불과하다.

농촌에 청년이 부족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왜 청년이 농촌을 떠나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39세 청년으로서 업무상 최근 지방생활을 시작한 기자에게는 이 상황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지방 출신이지만 20년 동안 서울에서 살았던 기자에게 갑작스러운 지방 생활은 낯설었다. 더구나 아내와 두살배기 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온 터라 걱정도 컸다. 그런데 두 달 정도 살다 보니 오히려 지방이 살기 좋은 이유들이 보였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전 조합원의 2.8%밖에 안되는 청년농의 대표를 뽑기로 한 순천농협의 결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왜 지방생활이 만족스러운가, 반대로 청년들은 왜 지방을 떠날까.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고용이 이뤄질 수 있는지다. 기자는 생활권이 지방으로 바뀌었을 뿐 일자리는 그대로다. 오히려 서울보다 물가가 저렴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거주지 주변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와 함께 지내기도 좋았다. 자랑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청년들이 지방에 살기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다.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이 아니고서야 지방 청년들이 가고 싶은 직장은 공공기관이나 농협 정도로 한정돼 서울 청년층보다 여건은 더 팍팍하다. 농업에 뛰어들려고 해도 후계농이 아니면 필요한 자금이나 농지 등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아 쉽게 도전할 수도 없다.

생활환경도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 대중교통이 취약하고 편의시설이 거점지역에 몰려 있어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불가능한 곳이 많다. 가정을 꾸리는 것도 쉽지 않다. 농촌 청년들이 외국에서 신부를 찾는 일은 이제 화제도 아니다.

청년들을 지방에 머물게 만들기 위해선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기업을 이전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재정을 투입해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월세 1만원 아파트’ ‘1000원 택시’ 같은 정책이 비난받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으로 지방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청년이 돌아올 것이다.

장재혁 전국사회부 차장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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