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2000명 증원 유지”… 교수협 “정부·의사 대화해야”

안준용 기자 2024. 2. 2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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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대란에… 협상 목소리 확산
국군수도병원 간 韓총리, 비상의료체계 점검 - 25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병원 관계자들과 비상 의료 체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군수도병원은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일반에 응급실을 개방한 군 의료 시설이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불거진 ‘의료 대란’이 일주일째 이어진 가운데 교수 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기한 수술 연기 등으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5일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여러 추계에 의한 것으로, 2000명은 계속 필요한 인원”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3월 4일까지 내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는다’면서 “기존 수요 조사와 다른 정원 규모를 신청할 경우 사유를 명시하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조사 때 각 대학이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총 2251~2847명)를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았다. “변경 때 사유 명시” 요구는 사실상 작년 적어낸 규모를 유지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각 의대 사정이 3~4개월 만에 크게 달라질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해 집단행동 관련 법률 대응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2000명 증원 강행시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그래픽=김하경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스승인 교수들이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서울대·부산대 등 전국 10개 국립대 교수회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료단체는 미래지향적 의료정책 수립에 협력하라”고 했다. 핵심은 ‘대화를 통해 전공의는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정부도 퇴로를 열어주라’는 것이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앞서 이뤄져야 할 시설·재원·교수 확보가 요원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대와 대학 총장은 근시안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도한 증원 요청을 했다가 증원에 반대한다고 급히 태도를 바꿨고, 전공의 태반은 의료 현장을 떠났다”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원망과 국민들의 우려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지만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네 가지 제안’이라며 “정부는 의료 단체와 대화하면서 2000명 증원 원칙을 완화하고, 대학 책임자 등은 정부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교육계·산업계도 협의에 참여시키고, 협의 내용은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며 “정부는 전공의 등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이 위기를 미래지향 동력으로 삼아달라”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정부, 의사단체와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특히 “의사·간호사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인력 추계 등을 결정하는 협의체를 신속히 새로 구성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고 했다. 이들은 다만 “정부가 증원 발표 전 필수의료 의사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들어보고 해결한 적이 있는가”라며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의대 단위 교수 단체도 입장문을 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정진행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비공개로 만났다. 정 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양측 모두 ‘대화로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필수 의료 유지와 관련해 1~2주에 한 번 열리는 정부-교수 간 헙의체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당장 그 계획 정도만 확정해도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 차가 큰 데다, 교수 단체들은 ‘2000명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른 시일 내 중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연세대 의대 교수평의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2000명 증원 재검토’를 촉구하며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가 필수 의료 해결책 없이 갑자기 증원을 발표했다’는 의대교수협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화의 문은 열려있지만,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2000명 증원)을 내걸며 ‘관철 없이는 대화 않겠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대학병원 일부 강경파 교수 사이에선 교수와 병원 소속 의사를 함께하는 ‘겸직’을 해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겸직을 포기해 학교 강의만 나가는 식으로 병원 업무를 거부하면서 전공의들에게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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