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편에 선 이재명 “적정 증원 규모는 연 400~500명 선”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400~500명 증원’은 의대 학장 등 의사들이 현실적으로 늘릴 수 있는 최대치라고 주장해온 규모다. 이 대표가 숫자에서 의사 편을 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의약 분업을 둘러싼 의료 파업 때 의사 측 요구를 받아들여 의대 정원을 351명 줄인 적이 있다. 이 대표가 말한 증원 규모는 20년 전 숫자를 되돌리는 정도인 셈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가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필수·지역 의료 중심으로 400~500명 규모 증원이 이뤄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타진한 결과, 충분한 소통과 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이를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 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시중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400~500명 증원’으로는 현재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까지 의사 9654명 부족을, 한국개발연구원과 서울대는 각각 1만650명과 1만816명 부족을 예측했다.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이 모자랄 것으로 정부는 분석한다. 이 대표 주장처럼 연간 최대 500명을 늘려도 1만명을 더 확보하려면 20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매년 2000명 증원은 계속 필요한 인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2000명씩 뽑아도 1만명 확보엔 5년이 필요하고, 의대 졸업까지 6년이 소요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국 의대는 40곳이다. 이 대표 말대로 400~500명씩 증원하면 의대 1곳당 1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친다. 그런데 전국 의대 17곳은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다. 우리나라 최대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연계한 의대 신입생 정원도 40명에 그친다. 작년 말 정부가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 가능’ 규모를 물었을 때 의대들은 ‘2000~3000명’을 증원해도 문제없다고 했었다. 의료계 인사는 “400~500명은 의사들이 말하는 숫자”라며 “이 대표가 의사 편을 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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