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지났는데 10㎏ 10만 원 ‘金사과’…상인도, 소비자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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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과값이 금(金)값입니다.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과일은 안 삽니다."
부전시장에서 20년간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최모(60대) 씨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는 사과 10㎏에 5만 원 정도로 물건을 떼왔다면 올해는 7만, 8만 원대로 올랐다. 상태가 좋으면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비싼 값에 사과를 가져와도 사정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올해 과일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기상재해로 사과 배 등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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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노지귤 등 지난해보다 배 올라
- 기상재해 작황부진·품질도 떨어져
- 부전시장 과일상 “손님 없다” 한숨
- 소비자 “아이 먹을 것만 겨우 구매”
“요즘 사과값이 금(金)값입니다.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과일은 안 삽니다.”
올해 과일 가격이 심상치 않다. 사과와 감귤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금사과’ ‘금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난 23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이곳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사과 배 감귤 등을 중심으로 과일 가격이 지난해의 배로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대목인 명절이 지나면 과일값이 떨어지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부전시장에서 20년간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최모(60대) 씨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는 사과 10㎏에 5만 원 정도로 물건을 떼왔다면 올해는 7만, 8만 원대로 올랐다. 상태가 좋으면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비싼 값에 사과를 가져와도 사정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가격을 묻고 ‘사과 값이 너무 올랐다’며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전시장의 또 다른 과일가게 사장 신모(60대) 씨는 “지난해 5㎏에 2만 원했던 감귤은 4만 원으로 가격이 뛰었다”며 “명절이 지나면 과일 가격이 내려가는데, 설 쇠고 배 가격이 역으로 더 올랐다. 15㎏에 8만 원하던 배(신고)가 10만 원이 됐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 사과는 결손도 많고, 요즘에는 안동 공판장에 가도 물량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따라 신 씨는 지난해 5개 1만 원에 팔던 사과를 올해는 3개에 1만 원으로 팔고 있다. 크고 때깔이 좋은 사과는 하나에 5000원까지도 나갔다.
3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정모(30대) 씨는 “아이에게 신선한 제철 과일을 먹이고 싶어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한 박스에 4만 원이 훌쩍 넘는 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프리미엄 귤은 15개에 1만5000원 정도였다. 어른이야 안 먹어도 되지만 아이가 먹을 과일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도매인 판매가격 기준 부산지역의 사과 배 감귤 등 과일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배 이상으로 올랐다. 사과(후지·상품) 가격은 10㎏ 기준 8만7000원으로 1년 전(3만9600원)과 비교해 120% 정도 상승했다. 배(신고·상품)는 15㎏ 기준 8만8000원으로 1년 전(4만2100원) 대비 109%로 가격이 뛰었다. 감귤(노지·S과)은 5㎏ 기준 3만5000원으로 1년 전(1만7300원) 대비 102% 올랐다. 세 종류의 과일은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각각 115%, 82%, 14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과일 가격이 급등한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 기상재해로 사과 배 등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꼽힌다.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사과와 배의 경우 수확을 앞두고 지난해 7, 8월 비가 자주 내리면서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늘고 일조량이 부족해 품질도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t으로 전년(56만6041t)보다 30.3% 감소했고, 배 생산량은 18만3802t으로 전년(25만1093t) 대비 26.8% 줄었다.
최근 한국은행 측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발표하면서 “사과 배 등의 저장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오르니 제철 과일인 귤도 대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내달 말까지 가격안정을 위해 수입과일 관세인하물량 2만t을 추가로 배정하고, 마트 직수입 등 관련 제도를 즉시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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