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34] 재능과 인품
성격(인품)과 재능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격도 좋고 재능도 뛰어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성질머리는 거지 같은데 어떤 분야에 특출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판단이 쉽지 않다.
서울 평창동은 바위의 기가 세서 예술가들이 살기에 적당한 동네이다.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아티스트들이 어림잡아 400여 명쯤 살고 있을까. 몇 년 전 평창동에 오래 산 토박이면서 이 동네 아티스트들을 꿰고 있는 갤러리 관장 A씨에게 물은 적이 있다. “재능 있는 화가, 작가, 디자이너들은 성격도 다 괜찮은가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성질들이 다들 그래요. 그 꼴을 봐야죠.” 재주가 뛰어나면 재승박덕(才勝薄德)하기가 쉽다. 이것이 인간사의 이치이다.
20대 초반의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에게 보여준 박덕한 매너가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강인의 이러한 박덕한 매너는 유전인자로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 것일까? 유전인자는 사주팔자이다. 팔자 고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후천적 교육으로 어느 정도 고칠 수는 있다. 가장 제대로 된 교육은 피, 땀, 눈물이다. 이 3가지 액체를 바가지로 흘려야 한다. 인간은 피, 땀, 눈물을 흘리면서 영적(靈的)으로 정화된다. 되도록이면 40세 이전에 많이 흘리는 게 좋지 너무 나이 들어서 흘리면 비참해진다.
이강인은 10세 무렵에 스페인으로 축구 조기유학을 간 것으로 안다. 조기유학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단점은 유교적 예절과 매너를 익힐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유교적 매너는 어른과 선배, 주변 공동체를 통해서 습득되는 것인데, 10세부터 백인 문화의 유럽에서 생활하면 유교의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체득할 기회가 없다. 미국, 유럽으로 조기유학 갔다 온 젊은 친구들을 보면 대개 ‘싸가지’가 없다. 당사자들은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냐고 항변한다. 싸가지 없는 것을 합리적 태도로 포장한다.
한국의 유교가 따로 모시는 신(神)은 없지만 일상생활의 매너를 지배하는 것은 유교이다. 유교문화권에서 싸가지 없다는 말은 치명적이다. 조기유학의 큰 문제점이 싸가지의 결핍이다. 유교의 효(孝)도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의 드리블 재능은 놀랍다. 서너 명의 수비수를 예술적으로 제치는 개인기. ‘팬텀 드리블’이라고 하던가! 이 재능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축구 무대에서 한국을 빛낼 재능이다. 아직 어리니까 좀 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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