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

박길선 2024. 2. 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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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길선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장

2024년 국내 외국인 비율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다. 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는 곧 주변 사람 20명 중 1명은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2021년 인구총조사 기준 강원특별자치도의 외국인 주민은 3만 7417명으로, 다문화 가구는 약 2.4%, 다문화 학생 수는 4926명(3.3%)으로 집계됐다. 10년 동안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다누리콜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 등의 운영해 이들의 한국 생활을 돕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가족센터에서는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강원특별자치도는 외국인정책TF팀을 신설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의회 다문화연구회에서 도내 다문화 가구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다문화 가구원 가운데 32.4%는 ‘편견과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또, 53%는 ‘사회로부터 거리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우리의 인식은 사회 변화 속도만큼 빠르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는 어떻게 접근했을까. 미국의 경우 ‘동화주의’를 표방했다. 다문화 정책을 ‘용광로(Melting Pot)’, ‘샐러드 보울(salad bowl)’ 등으로 비유했다. 소수민족과 유색인종의 다양성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백인 주류 문화를 중심으로 통합하고자 했다. 역사, 사회, 문학 등의 교과목에서 백인문화를 중시했고,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문화에 대한 평가를 도외시하면서 여성과 비(非)서구인들이 성취한 업적에 대해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차별과 배제는 인종차별에 대한 갈등과 불만을 고조시켰고, 이는 폭동, 테러 등과 같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호주 역시 동화주의를 표방했다. ‘백호주의(白濠主義·White Australia Policy)’ 정책을 시행해 아시아 인종의 이민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앵글로색슨계 영국인들만의 이민을 허용했다. 그러나 인구 문제로 이민 규정을 대폭 완화했고, 본격적인 다문화주의 정책을 천명했다. 백호주의의 그늘은 여전히 있다. 인종·민족 간 차별과 편견, 그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며, 4∼5년을 주기로 이민정책에 따른 긴장과 완화가 반복되고 있다. 2023년 말 호주 정부는 2년 안에 이민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캐나다 또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등 이민의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만의 고유한 색깔을 유지하면서 함께 공생하는 소위 ‘모자이크 정책’을 추구했다. 1960년대 저출산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했다. 본격적으로 비(非)백인의 대규모 이민이 이뤄졌다. 캐나다는 인종적 평등과 포용을 강조하고, 정책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이민자로 하여금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완벽한 해답은 없다. 국가별로 처한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가구를 비롯한 이민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가 있어야 한다. 교육이나 지원책도 획일화를 벗어나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돼야 한다.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을 시행하고, 학교에서는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교육을 시행하며, 정부는 학교·직장을 비롯한 지역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미디어 등의 노출을 통해 개방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별, 계층, 지역, 세대 등에 따라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다문화와 관련한 정책도 인종 정책으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상호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된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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