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슈] 가족돌봄청년, 영 케어러가 전하는 이야기
[앵커]
장애, 질병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들을 돌보는 청년들을 '가족 돌봄 청년' 또는 '영 케어러'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의 부모가 된 '영 케어러'가 전하는 이야기를 최광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구로구에 한 오피스텔.
남들과 조금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김현주씨.
현주씨의 어머니는 7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오른쪽 전신에 편마비가 왔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현주씨 혼자 어머니의 돌봄을 온전히 감내하고 있습니다.
[김현주 / 영 케어러 :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하는 게 뭐 용변 보시고 제가 그거를 좀 채워드리고 이제 어머니가 계속 침대에 누워 계시다 보니까 어머니 운동 시켜드리는 게 제일 중요한 일과고요.]
현주씨와 같이 장애, 질병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가족 돌봄 청년' 또는 '영 케어러'라고 하는데요.
[김현주 / 영 케어러 : 한 2~3년 때까지는 정말 사랑만으로 '어떻게든 엄마를 살려내야 된다는 마음으로 돌봤는데 계속 지속되다 보니까 저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계속 엄마와의 돌봄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그 굴레들을 계속 살다 보니까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루 중 그녀에게 유일한 자유시간은 요양보호사가 오는 4시간. 그마저도 온전히 쉴 수 없습니다.
[김현주 / 영 케어러 : 병원 하나를 가더라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휠체어를 못 싣는다. 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런 이유로 승차 거부를 많이 당했어요.]
[김현주 / 영 케어러 : 신청해 놓고 좀 봐야 돼요. 과연 빨리 배차가 될 것인지. (예약을 하면 바로 오는 게 아니군요?) 아니에요. 이게 복불복이고 그러니까 제가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13년째 간병하고 있는 조기현씨. 그는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냉혹한 현실에 매번 좌절했습니다.
[조기현 /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 정말 살아야 하니까 공장 다니고 건설 현장 다니면서 벌었던 돈이 2인 가구 중위 소득이 넘기 때문에'받을 수 없다'거나 혹은 아버지가 계속 아프고 스스로 자립을 못 하는데도 정확한 진단명이 없어서, 65세 미만이기 때문에 '다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라는 것들에서 나 혼자만 계속해야 하는 구나. 정말 살려고 조금 넘은 게 그냥 국가가 임의로 정한 그 기준에 안 맞는 거죠.]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영케어러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굉장히 최근 일인 것 같고요. 청소년 혹은 아동 그리고 청년들 모두 지금 어떠한 교육과 고용을 받는지에 따라서 미래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바로 그런 시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돌봄으로 인해서 교육이나 고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면 개인에게만 손실이 아니라 우리 사회도 그만큼의 경제적 손실을 똑같이 우리가 받는 거거든요.]
영 케어러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 정부도, 돌봄 지원을 위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데요. 장기 요양보험, 일상 돌봄 서비스, '新(신)취약청년 전담 지원 시범사업'이 그 예입니다.
[조기현 /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 보건복지부의 대책을 보면 자기 돌봄비 '연 200만 원 주겠다'는 대책은 실제로 이 영 케어러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얘기했던 본질적인 문제랑 너무 괴리돼 있거든요. 돌봄 서비스 시간이 좀 더 늘어나야 내가 풀 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돌보는 사람이 갑자기 아플 때, 내가 간병 안 하고 혹은 고액의 간병인을 안 쓰고 그냥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쓰고 싶어요.]
중증이어도 치매가 있어도 이런 요구들이 있는데 이런 요구들은 사실상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거죠."
[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일상돌봄 지원 사업이라는 게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가족 돌봄 청년들이 아직은 이 서비스를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자산 조사라든지 자격 조건이 또 까다로워서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완화해서 좀 더 쉽게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요.]
영 케어러가 원하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조기현 /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 건강보험공단 찾아가서 뭐 신청하고 치매안심센터 찾아가서 뭐 신청하고 구청 찾아가서 주민센터 찾아가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일원화된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원화된 창구를 읍면동 단위로 내려서 내가 사는 지역에 가장 가까운 곳에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거기서 이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하는 그런 창구들이 만들어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김현주 / 영 케어러 상황에 맞게 돌봄 시간들이 나오는 것들이 아니라 공단이나 지원 기관의 기준이 있잖아요. 그 기준에 맞춰서 하다 보니까 제가 필요한 시간 그리고 엄마가 돌봄이 필요한 시간이 다 충족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돌봄을 하지 못했을 때 돌봄 공백을 채워줄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돌봄을 수행하는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돌봄 지원이 나와 '돌봄'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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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최광현 (choikh81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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