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과 더 가까이"...쿠바 한인 이주 103년 만에 '수교'
[앵커]
우리나라가 중남미에서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 정식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상호 교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백여 년 전 일제 강점기에 쿠바로 이주했던 한인 후손들은 오랜 염원이었던 모국과의 연결고리가 생겨 더욱 감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쿠바 현지 동포 사회 분위기, 함께 보시죠.
[기자]
한국과 쿠바의 깜짝 수교 소식이 전해진 건 현지 시각으로 14일, 두 차례의 뉴스를 통해서였습니다.
이곳 쿠바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인지, 수교 당일 정오와 저녁 8시 뉴스에만 잠깐 언급된 정도,
거리의 시민 대다수는 수교 소식을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소식을 듣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쿠바 아바나 시민 : 한국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양국 수교가 우리 쿠바, 우리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르네스토 / 택시 기사 : 한국은 개발된 나라이고, 우리 쿠바는 후진국이니 어떤 것이든 도움이 된다. 산업이나, 식량이나.]
특히 정식 수교에 따라 대사관이나 영사관 등 재외공관이 생기면 비자 등 각종 서류 업무도 수월해지는 만큼, 유학과 취업 등 인적 교류와 경제·문화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미셀라 / 쿠바 아바나 : 한국에 쿠바 대사관이 생기면 쿠바 방문 비자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고, 쿠바인들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한국의 장학금을 좀 더 원활하게 받을 수 있고….]
[다비드 / 쿠바 아바나 : 수교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한국 물건이 들어와야 합니다. 한국 제품들은 중요합니다. 아시아에서 중요한 나라 중 하나로 쿠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아는 한국 제품이 있나요?) 물론이죠. 차, 버스, 트럭, 자동차 산업, 핸드폰, 삼성.]
수교 소식을 누구보다 반기는 이들은 바로 103년 전 일제 강점기에 쿠바로 이주한 한인들의 후손입니다.
1921년 당시 지독한 가난을 피해 쿠바 선인장 농장에서 일하던 한인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조국 독립을 위해 쌀 한 톨까지 기부했습니다.
현재 6대까지 내려온 한인 후손들은 쿠바 전역에 천백여 명.
독립 유공자의 후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미수교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한인 후손들에게 이번 수교 소식은 선조가 이룬 독립된 고국과 다시 연결되는,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마르타 임 / 독립운동가 故 임천택 선생 자녀 : 한인 후손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한 느낌이고 앞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라고, 젊은 한인 후손들이 주쿠바 한국 대사관을 자기 집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이율리 / 한인 후손 3세 : 우리 한인 후손들에겐 정말 좋은 소식이고, 조상들이 문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증조부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수교가 없어 힘들었던 시간도 생각나고….]
특히 그동안 모국 방문을 위해 비자 발급 등 서류 절차를 진행하려면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까지 가야 했던 번거로움이 없어져 모국을 오가는 문턱이 한결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율리 / 한인 후손 3세 : 비자 때문에 멕시코 한국 대사관으로 서류도 보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달씩 기다렸는데 이제 좀 편해질 것입니다.]
특히 쿠바 역시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인기에 힘입어, 한인 청년들을 중심으로 선조의 나라를 배우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인 후손들은 이번 정식 수교를 통해, 한민족 정체성과 자긍심을 더욱 높이고 양국 관계 발전에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YTN 정한나 (khj8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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