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서현·준서"…토론토 1066억 쏟은 류현진의 진가, 한화도 원한다

김민경 기자 2024. 2. 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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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이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려주길 바라고 있다. ⓒ 한화 이글스
▲ 류현진의 훈련을 뒤에서 지켜보는 투수 후배들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류현진이 오면 일단 (문)동주나 (김)서현이, (황)준서 이런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 나는 이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이 지난 22일 류현진(37)을 8년 170억원에 영입한 직후 한 말이다. 한화는 최근 5년 동안 최하위권을 전전하면서 리그 최정상급 투수 유망주들을 쓸어 담았다. 2022년 1차지명 문동주(21), 202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 김서현(20), 2024년 1라운드 전체 1순위 황준서(19)가 대표적이다. 입단 연차로 봐도 성장세를 봐도 당장은 문동주가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 문동주는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2006년 류현진 이후 17년 만에 한화 신인왕 계보를 이었다. 지난 시즌 국내투수 최초로 마의 구속 160㎞(공식 기록은 160.1㎞)를 찍으면서 10개 구단 야구팬들을 모두 설레게 했다.

손 단장은 류현진이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 등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길 바라고 있다. 류현진이 후배들에게 직접 다가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류현진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 공간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젊은 유망주들에게는 큰 교육이 된다. 류현진의 훈련 루틴, 마운드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을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그러다 한번씩 류현진에게 질문을 던지면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대선배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한화가 8년 170억원이라는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을 투자하면서 류현진을 데려온 이유다.

메이저리그 구단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4년 전 류현진에게 똑같은 기대를 품고 큰돈을 투자했다. 토론토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과 4년 8000만 달러(약 1066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기준 에이스 대우였다. 류현진이 2019년 평균자책점 2.3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직후기도 했지만, 류현진의 풍부한 경험이 팀 내 유망주 투수들에게 전수되길 바랐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LA 다저스에서 뛰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구단이다. 지구 우승이 너무도 당연해 지구 우승에 실패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질타를 받는다. 류현진이 있는 7시즌 동안은 지구 우승을 놓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그런 '승리 경험'에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구단의 기대대로 팀 내 유망주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는 알렉 마노아가 있다. 마노아는 23살 시즌이었던 2021년 빅리그에 갓 데뷔한 유망주였다. 마노아가 신인일 때 유독 찰싹 붙어 다녔던 선배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마노아는 류현진에게 커터를 배워 마운드에서 무기로 활용하기도 했다.

캐나다 매체 'TSN'은 2021년 8월 류현진과 마노아의 특별한 우정을 소개했다. 마노아는 더그아웃과 그라운드에서 늘 류현진 곁에 있어 '류현진바라기'로 불릴 정도였는데, 류현진의 집까지 찾아가 여가를 보낼 정도로 더 가까워졌다는 내용이었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절친한 사이였던 류현진과 마노아 ⓒ스포티비뉴스DB
▲ 류현진(왼쪽)과 알렉 마노아 ⓒ 스포티비뉴스DB
▲ "셰프 류현진"이라며 류현진과 함께한 식사를 공유한 알렉 마노아 ⓒ 알렉 마노아 SNS

마노아는 당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가능한 많은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고, 류현진은 내게 훌륭한 롤모델이 됐다. 우리는 성격이 비슷하다. 그냥 한국 TV쇼를 같이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잡담을 하는 정도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도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가까운 사이라고 인정했다.

류현진 효과인지는 몰라도 마노아는 2021년 20경기에서 9승2패, 111⅔이닝,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는 3선발로 기대를 모을 정도로 팀 내 위상이 높아졌다.

류현진은 빅리그 2번째 시즌을 준비하던 마노아에게 휴식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데뷔 시즌에 갑자기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100이닝 이상 던졌으니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마노아는 형의 조언을 잘 따랐다.

마노아는 류현진의 조언을 듣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한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2022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다. 31경기, 16승7패, 196⅔이닝, 180탈삼진,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면서 그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은 그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이탈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류현진이 아끼던 후배 마노아는 승승장구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성장했다.

한화는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 등이 제2의 마노아가 되길 기대한다. 이외에도 김기중, 한승주, 남지민 등 가능성을 아직 마음껏 뽐내지 못한 투수 유망주들이 너무도 많다. 류현진이 이들 모두를 성장시킬 수는 없겠지만, 마노아처럼 선배를 똑똑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손 단장은 류현진이 에이스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투수 유망주가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도 미칠 영향력을 기대했다. 손 단장은 "주장인 채은성이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 류현진이 오면서 선수들의 생각이나 운동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 많이 바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내게 들려줬다. 우리가 하위권에 조금 오래 있었지 않나. 그러면서 '우리는 하위팀이다'라는 생각이 선수들에게 있을 텐데, 류현진이 오면서 그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을 채은성이 해줘서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 같다"며 류현진 우산 효과를 이른 시일 안에 볼 수 있길 기대했다.

▲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 이글스가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한화 이글스
▲ 류현진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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