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마지막 독재자’ 벨라루스 대통령, 7연임 도전한다
1994년부터 집권해 6연임 중
러시아 밀착해 ‘푸틴 조력자’ 평가
야당은 총선 두고 ‘정치적 쇼’ 주장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며 30년간 장기 집권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도 출마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수도 민스크의 한 투표소에서 국회·지방의회 선거 투표를 마친 루카셴코 대통령이 취재진에게 “그들(추방된 야당 인사들)에게 내가 출마할 것이라고 말해달라”며 연임 의사를 밝혔다고 현지 국영 벨타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책임감 있는 대통령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을 따르는 국민을 전쟁터에 내팽개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히면서도 내년 대선과 관련한 추가 질문에는 “대선은 아직 1년이나 남았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1994년 처음 집권해 6연임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7연임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그는 2004년 국민투표를 추진해 동일인이 대통령직을 3차례 이상 연임할 수 없도록 제한한 기존 헌법 조항을 삭제하며 종신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6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되던 2020년에는 그의 연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존대로 대통령직을 연임까지만 가능하도록 개헌안을 마련했는데, 이를 2025년 대선 때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부터 적용되도록 해 사실상 집권 연장의 길을 열어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부정선거 의혹으로 혼란이 커진 2020년 대선 즈음부턴 친러시아 행보가 두드러졌다.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시위를 탄압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러시아에 정치·경제적으로 밀착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부터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이날 치러지는 총선은 2020년 대선으로 대규모 반발 시위가 벌어진 뒤 처음 열리는 선거다. 당시 벨라루스당국은 야당을 비롯한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해 3만5000여명을 구금했고, 고문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알레스 발랴츠키를 포함해 정치범으로 수감된 이들 중 1500여명은 여전히 투옥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경쟁자로 출마했다 해외로 도피한 야권 지도자 스테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선거는 희극이고, 쇼이고, 서커스이다. (국민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선거가 민주적 방식으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또 다른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했다. 이번 선거는 국제 감시가 없는 웃음거리일 뿐”이라며 국민들에게 투표 거부를 촉구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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