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차별 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중국산 꼬리표 떼면 폭발력 엄청나
알리·테무 공습 얕잡아 볼 일 아냐
철저한 전략 짜야 시장 지킬 수 있어
연초부터 중국 기업들의 한국 공습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중국 시장에서 성장 가도를 달려온 중국 기업들이 내수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해외 공략을 가속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자국 시장에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년 이상 실력을 다지면서 상당한 내공도 쌓았다. 가격 경쟁력을 핵심 무기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제품의 질이나 서비스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크게 두려워할 수준은 아니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중국산의 민낯이 금세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자동차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떠오른 비야디(BYD)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국내 진출을 위한 사전 단계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승인을 받고 나면 판매망을 본격 가동할 것이다. 비야디는 이미 한국에서 전기버스·상용차 판매로 입지를 다졌다. 아직까지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서서히 영역을 확대하는 만큼 점유율 역시 머지않아 오를 것이다.
버스나 트럭 등의 차량은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지만 이른바 하차감을 중시하는 승용차 분야에서는 중국산이 쉽사리 자리 잡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역시 속단할 일이 아니다. 비야디 승용차가 진출하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예단할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산’이라는 꼬리표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지는 순간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웨덴 볼보를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했을 때만 해도 “중국산이 된 볼보를 앞으로 누가 사냐”는 비아냥이 거셌다. 중국산인 볼보는 현재 한국에서 몇 달씩 출고를 대기해야 한다.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도 지난해 국내에서 출시 직후 완판됐다. 구매자 대부분은 볼보나 폴스타가 중국 지리자동차에 속해 있는 중국차로 인식하지 않는다.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에 만족하니까 구매할 뿐이다.
테슬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생산된 중국산 테슬라가 국내에 판매됐을 때도 싼 가격에 국내 고객들은 앞다퉈 구매에 나섰다. 중국에서 만든 거부감보다는 테슬라라는 브랜드를 믿은 결과다. 비야디라는 제품이 국내에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쌓이게 된다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쉽게 빨리 사라질 수도 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공습도 쉽게 볼 일이 아니다. 국내 유통가에서는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으로는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다’ ‘호기심으로 한두 번씩 구매하고 나면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류의 반응 일색이다. 지금과 같은 무료 배송을 유지하면 눈덩이처럼 커지는 투자를 감당할 수 없다거나 결국은 가격이 올라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런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경쟁력은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만들어서 중간 유통 과정을 최대한 생략해 판매 단가를 낮춘 제품으로 승부하는 데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중국산이 짝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맞서야 한다. 고관여 제품일수록 고객들이 가격보다는 브랜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객 데이터를 적극 분석해 개인별 니즈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도 지금보다 세분화돼야 한다. 상대는 우리보다 28배나 인구가 많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엄청난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은 대기업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 공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산업별·분야별로 물밀듯 밀려올 것이다.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할 뿐이다.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해 지금부터 기업·협회·정부가 나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들여 지켜온 시장을 해외 기업의 무차별 공습에 그냥 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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