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만 한 돛’ 4개를 이어붙이면 광활한 우주, 어디든 연료 없이 고!
우주선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엔진 대신 초대형 ‘돛’을 쓰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햇빛을 바람처럼 이용해 우주를 항해하는 신개념 우주선 ‘솔라 세일(Solar Sail)’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 민간우주기업 레드 와이어 소속 연구진은 최근 우주선에 장착해 엔진 대신 추진력을 뽑아내는 대형 돛을 개발했으며, 지난달 미 콜로라도 시험시설에서 이 돛을 완전히 전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NASA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돛은 넓은 은박지와 비슷하다. 돛 면적은 농구장(420㎡)에 가까운 400㎡에 이를 정도로 크다. 돛 소재는 ‘폴리머’다. 일종의 합성 고무다. 두께는 2.5㎛(마이크로미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100㎛)보다 얇다. 여기에 알루미늄을 코팅했다. 이 돛은 우주선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힘을 제공한다. 요트나 범선이 돛을 사용하는 이유와 같다. 다만 지구 바다에 존재하는 돛은 바람을, 연구진이 우주에서 쓰려고 만든 돛은 태양광을 이용하는 것이 다르다. 태양광은 빛알갱이, 즉 광자로 이뤄져 있다. 이 광자가 돛에 충돌하면 반발력이 생기면서 우주선은 앞으로 나아간다. 돛에서 추진력을 얻는 우주선을 솔라 세일이라고 부른다.
솔라 세일의 가장 큰 장점은 액체수소나 등유 같은 연료를 우주선 안에 실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태양계 전체에 가득한 햇빛이 모두 연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간·장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해진다. NASA는 공식 설명자료에서 “우주선을 가볍게 만들면서도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솔라 세일은 속성상 태양과 가까워야 더 많은 광자를 받을 수 있다. 태양계 바깥으로 나가 햇빛이 희미해지면 속도를 붙이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법이 있다. NASA는 “돛을 향해 지구에서 강력한 레이저를 쏴 주면 된다”며 “태양계 너머로 다른 별까지 솔라 세일을 항해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솔라 세일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크기가 작았다. 2010년 일본의 ‘이카로스’는 196㎡, 2015년과 2019년 다국적 과학단체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가 쏜 라이트세일1과 라이트세일2는 32㎡였다.
NASA와 레드 와이어 연구진이 이번에 전개 시험을 실시한 돛은 400㎡에 이르러 이미 앞선 솔라 세일들의 돛보다 넓다. 게다가 연구진이 최종 목표로 한 돛은 이번에 시험한 돛 4개를 이어붙인 1600㎡에 이른다. NASA는 “돛을 지상에서 전개한 이번 시험은 실제로 우주 임무에 솔라 세일을 사용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 단계였다”며 “효율적으로 우주를 비행할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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