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희, ‘154㎞’ 사사키 두들긴 2루타가 끝이었다… 타선 침묵 롯데 완패, 교류전 ‘2연패’

김태우 기자 2024. 2. 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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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154km를 기록하는 등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볍게 몸을 푼 지바 롯데 사사키 로키 ⓒ연합뉴스
▲ 사사키를 상대로 1회 호쾌한 2루타를 때려 주목받은 롯데 윤동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5일 일본 언론과 팬들의 시선은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교류전이 열린 일본 오키나와로 향했다. 단순한 연습경기가 아니었다. 이날은 일본 팬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는 ‘괴물’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내 이런저런 일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사사키가 보여줄 경기력에 큰 관심이 몰렸다.

사사키는 일본이 자랑하는 괴물 투수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에 이어 일본이 전 세계 무대에 내놓을 히트 상품이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화제를 모았다. 그를 품에 안은 지바 롯데는 애지중지 키웠다. 데뷔 첫 해는 실전보다는 훈련 위주의 일정을 짜며 사사키의 성장을 도왔다. 2년 차인 2021년부터 서서히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철저히 이닝을 관리했다. 2021년 11경기에서 63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지바 롯데가 관리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줬다.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약하며 ‘레이와 시대의 괴물’이라는,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영예를 얻었다. 2022년 4월 10일 오릭스전에서는 1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했고, 그 다음 경기에서는 8이닝 퍼펙트로 충격적인 ‘2경기 연속 퍼펙트’에 도전하기도 했다. 걸출한 선배들과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다 깨어난 건 아니다. 규정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 족쇄가 별로 없었던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가 제대로 된 시험대다.

오프시즌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지바 롯데와 현지 언론, 팬들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사키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늦게 연봉 협상을 마치는 등 진통도 있었다. “팀을 위해 더 공헌한 뒤 메이저리그를 논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결국 한 발 뒤로 물러섰지만,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 이슈는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사사키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한 오프시즌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 있는 이번 교류전 결과가 더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25일 두 팀의 대결이 열린 일본 오키나와현 이토만 니시자키 구장에 일본 매체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사사키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4개의 공을 던지며 가볍게 컨디션을 조율했다. 주무기인 포크볼을 섞기는 했지만 일단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였다. 컨디션 조율이 가장 큰 주안점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구종 분석표였다. 사사키는 이날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최고 구속은 시속 154㎞가 나왔다. 160㎞ 이상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힘을 빼고 던졌음을 알 수 있다.

24일 교류전 첫 경기에서 3-7로 진 롯데는 사사키에 맞서 최정예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어쩌면 개막전 라인업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은 진용이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김민석(중견수)과 윤동희(우익수)가 테이블세터를 이루고, 전날 홈런 포함 장타 두 방을 터뜨린 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가 3번에 위치했다. 전준우(좌익수)-한동희(3루수)-노진혁(유격수)-유강남(포수)-김민성(2루수)-정훈(1루수)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수준 높은 투수를 상대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하지만 지바 롯데는 그런 롯데의 승리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사사키를 상대한 1회가 가장 큰 화제였다. 선두 김민석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시작부터 시속 150㎞ 초‧중반의 강속구를 던졌고, 볼카운트가 유리해지자 전매특허인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포크볼 구속이 무려 138㎞였다. 경기 후 사사키의 공을 받은 포수 마츠카와는 이 포크볼에 대해 “작년과 떨어지는 궤적이 전혀 다르다. 이전에는 좌타자 몸쪽에 계속 가까워지면서 떨어졌지만, 올해는 좀 더 종으로 크게 가라앉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 등판 자체로 일본 팬들과 언론의 큰 화제를 모은 사사키 로키 ⓒ연합뉴스
▲ 2회 솔로홈런을 치며 타격 반등 조짐을 알린 롯데 한동희 ⓒ연합뉴스

사사키에 대항한 선수는 윤동희였다. 윤동희는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았다. 볼 두 개를 본 윤동희는 사사키가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3구째 151㎞짜리 패스트볼을 정확한 타이밍에 잡아 당겼다. 타구는 총알 같이 날아가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로 이어졌다. 사사키에 가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었다. 레이예스가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고, 전준우도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전준우 타석 마지막 공이 이날 최고인 154㎞를 기록했다. 사사키는 1회를 끝으로 이날 등판을 마쳤다. 향후 일정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등판을 마친 사사키는 경기 후 ‘스포츠호치’ 등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부상 없이 1이닝을 던질 수 있어서 기뻤다. 변화구는 생각보다 잘 던졌다. 패스트볼은 아직 좋아지는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초조해하지 않고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사사키가 선발로 나오는 경기라 오전 11시 개장 시점에는 500여 명의 팬들이 300m에 걸쳐 줄지어 장사진을 이뤘다’면서 사사키 파워를 설명했다.

에이스가 등판한 지바 롯데는 전날보다 더 초반 집중력이 좋았고, 롯데 타선은 다소 무기력했다. 지바 롯데는 1회 2사 후 롯데 토종 에이스인 박세웅을 상대로 아이토, 야마구치, 야스다의 연속 3안타를 묶어 2점을 냈다. 롯데 수비도 매끄럽지 않았다.

롯데는 2회 반격했다. 한동희의 한 방이 있었다. 겨우내 타격 메커니즘 정립에 애를 쓴 한동희는 지바 롯데 두 번째 투수 카라카와를 상대로 호쾌한 중월 솔로홈런을 치며 롯데에 첫 득점을 안겼다. 하지만 이게 첫 득점이자 이날 경기의 마지막 득점이었다.

3회와 4회 추가점을 내지 못한 롯데는 1-2로 뒤진 4회 3점을 내주며 경기 주도권을 잃었다. 선발 박세웅(2이닝)에 이어 3회 등판한 한현희가 4회 들어 흔들렸다. 3회에는 2루타 하나를 맞았으나 후속타를 억제했다. 그러나 4회는 달랐다. 안타 3개와 볼넷 하나를 내주며 3실점했다. 롯데가 이후 지바 롯데 마운드에 완전히 끌려간 가운데 지바 롯데는 7회 2점을 더 보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롯데로서는 투‧타 모두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다. 전날 3-7 패배에 이어 이날도 1-8로 지며 과제를 남겼다.

롯데는 이날 멀티히트를 친 선수는 없었다. 윤동희가 1회 2루타, 한동희가 2회 홈런을 친 게 장타의 전부였다. 6안타 1득점으로 공격이 원활하지 않았다. 두 선수 외에 전준우 노진혁 서동욱 김민성이 안타 하나씩을 기록했으나 산발이었다. 지바 롯데 투수들은 무엇보다 볼넷을 잘 억제하며 롯데 공격의 흐름을 곳곳에서 끊었다. 전날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레이예스는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고, 전날 멀티히트를 기록한 나승엽은 이날은 타석 기회가 없었다.

마운드는 선발 박세웅이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3실점으로 다소 고전했다. 1회 2실점에 이어 2회 마츠카와에게 홈런을 맞았다. 다만 컨디션 자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로 정상적이었다. 포심패스트볼 17구, 컷패스트볼 9구(최고 139㎞), 커브 8구, 슬라이더 2구, 포크볼 3구 등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고루 던지며 총 39구를 투구했다. 2이닝 40구 기준으로 봤을 때 선발 빌드업은 완수했다.

▲ 롯데 선발로 나섰으나 2이닝 3실점을 기록한 박세웅 ⓒ연합뉴스
▲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태형 롯데 감독 ⓒ연합뉴스

이어 나선 한현희는 2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5㎞로 나쁜 수준은 아니었으나 집중타 허용이 아쉬웠다. 총 투구 수는 40개였다. 세 번째 투수로 나선 최이준과 네 번째 투수로 나선 임준섭은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잡아냈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베테랑 좌완 임준섭은 안정적인 투구로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최이준은 최고 148㎞의 공을 던졌다. 김도규가 1이닝 2실점, 마지막 투수로 나선 우강훈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편 이 경기로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교류전 일정은 모두 끝났다. 롯데는 25일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한국 롯데자이언츠와 일본 지바롯데 양 구단은 형제구단의 이점을 살려 오랜 기간 동안 교류를 진행해 왔다. 한, 일 양국 롯데 야구 교류전은 롯데가 실업 구단, 지바롯데는 전신인 롯데 오리온스 시절이었던 1976년부터 시작됐으니 약 40년이 넘는 그룹 차원의 교류’라고 양 구단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지바 롯데 1군과 경기는 17년 만의 처음이라고도 덧붙였다. 24일 1차전 롯데 선발로 나섰던 애런 윌커슨은 “형제구단인 지바 롯데와 교류를 지원해 준 구단에 감사하다”며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좋은 실전경험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양국 국제적 교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4일 지바 롯데 선발로 나선 오지마 또한 “롯데자이언츠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경기를 뛰어보니 역시 한국 선수들은 체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양 구단 교류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팀이 내년에도 오키나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 17년 만의 1군 교류전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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