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묻기도 어렵다…의료공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고의·중과실 입증 쉽지 않아
특별법 등 입법 필요할 수도
2000년 의약분업 파업처럼
인과성 확실해야 손배 가능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제때 수술이나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 환자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을지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료 처치가 늦어져 사망하거나 병세가 악화한 환자 또는 보호자는 병원과 의사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들이 적지 않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 운영자나 의료진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문제도 환자 처지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되기에는 제약이 많다. 향후 의료공백 사태가 확대돼 피해 사례가 대거 나타날 경우 별도의 특별법 입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론적으로는 환자·보호자들은 병원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사실관계와 인과관계의 입증이 명확해야 배상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25일 “파업으로 인한 의료행위의 부재와 환자가 입은 피해 행위 사이의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 파업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환자가 배상을 받은 사례는 있다. 의약분업 사태로 의료인 파업이 발생한 이듬해인 2001년 당시 8세였던 박모군의 부모는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지적장애를 겪게 됐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병원이 박군에게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병원과 의사를 형사처벌하려 할 경우 고려될 수 있는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형법 제268조) 혐의는 실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신 변호사는 “의료행위는 행위의 목적이 이타적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책임을 묻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공무원이 ‘고의’를 가지거나 ‘과실’을 범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국가공무원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박 변호사는 “집단으로 환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세월호 특별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처럼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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