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치 멈추고 대화를”…의대 교수들, 갈등 중재 나섰다
양측 입장 그대로인데 신입 인턴·전임의 이탈 가속화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 “협의체 만들어 논의하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병원에서 집단 이탈해 의료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말 동안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법률대응체계를 정비했으며 의사단체는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는 등 양측 모두 입장 변화는 없었다. 신입 인턴과 전임의들의 병원 이탈도 가시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의료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가장 먼저 중재를 자임한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대 교수들 간 협의 모임을 구성하자”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우선 정부 측에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될 만한 발언을 자제하고 행정·법적 조치의 절차를 지켜달라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지난 23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비공식적으로 만난 정 위원장은 “차관님과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원하고 향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서울대 등 전국 10개 주요 국립대학의 교수회장들이 모인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이날 “정부와 의사단체가 즉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2000명 증원 원칙을 완화해 증원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주말·공휴일 비상진료체계 운영 상황·계획을 점검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해선 법무부가 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해 법률 자문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의과대학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의대생 집단행동, 정원 배분, 국립대병원 운영 등에 관해 대응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는 이날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를 연 후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시작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나면서 의료 공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전공의 외 의사 인력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제주대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에서 의대 졸업 후 병원과 3월 수련 개시를 계약한 ‘신규 인턴’ 상당수가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전남대병원에서는 다음달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던 101명 중 86명이 임용 포기서를 냈다. 조선대병원은 신입 인턴 32명 전원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기준 제주대병원은 22명 중 19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세부 진료과목을 수련 중인 전임의들도 병원과 재계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이 되면 병원 내 의사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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