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안 지났지? 그럼 시켜”…로켓배송 폭풍성장에 유통공룡 줄줄이 KO
(上) 변곡점에 선 유통업
유통3사 매출 일제히 감소
영업익도 5년새 22% 급감
홈플러스는 자금난에 고통
5년새 덩치 7배 커진 쿠팡
새로운 유통제왕으로 등극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최근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자·음료업체를 비롯한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지난해 말부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설 연휴 전 다른 대기업들이 협력업체 대금 지급을 서둘렀던 것과는 대비된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 기업들이 생존 위기를 맞은 반면, 온라인 대표 유통플랫폼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이 30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도 2010년 창사 이래 13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유통 빅3를 앞질렀다. 2023년을 기점으로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제왕으로 등극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3억4000만 달러(8조2762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억2000만 달러(1566억원)다. 이를 토대로 따져보면 쿠팡 매출액은 최근 5년 사이 4조3545억원에서 31조4529억원으로 규모가 7배로 커졌다. 이마트도 신세계와 합산 기준 2021년 매출 30조원을 넘었지만 아직 단독으론 30조원를 넘지 못했다.
쿠팡은 영업이익도 2018년 1조1279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6014억원(예상치)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작년 4분기 실적 예상치가 맞다면 쿠팡의 이익규모는 신세계·이마트(5929억원), 롯데쇼핑(5084억원)이나 현대백화점(3035억원)을 모두 앞선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오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에 2023년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달라진 흥망성쇠는 최근 10년 사이 유통산업 패러다임이 △온라인 △초대형 △초근접이라는 3가지 기준에서 급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유통의 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도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5%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통계청의 ‘2022년 온라인쇼핑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라인쇼핑 시장은 거래금액 기준 150조원 규모이고, 이 중 쿠팡의 점유율은 24.5%다. 시장에선 수년 안에 쿠팡의 점유율이 50%까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1인가구 증가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대형마트를 찾아 한꺼번에 대량으로 식품·잡화를 구매할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신 집 근처에서 적은 용량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유통업태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을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각각 2.2%와 0.5% 증가한 반면, 편의점은 8.1%나 성장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업체 매출 증가율(9%)과도 맞먹을 만큼 편의점 시장의 성장이 컸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경쟁력 약화가 존폐 위기에 몰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평가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맞벌이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가족 단위 쇼핑이 줄고 소용량 쇼핑이 가능한 이커머스나 편의점으로 소매유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서 “마트와 백화점에만 치중해온 유통 3사의 대응이 너무 느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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