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달에서 광고하는 시대

정제혁 기자 2024. 2. 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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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간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한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22일(미국시간) 달 남극에 착지한 상상도. 인튜이티브 머신스 제공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달은 마르지 않는 서정의 샘이었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사랑하는 이를, 그리운 이를 떠올렸다. 시인 김용택은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라고, 시인 정호승은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보름달’)고 노래했다.

달은 신화와 전설의 보고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에 관한 다양한 전설이 전해진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달에 옥토끼, 은토끼가 산다는 설화가 있다. 계수나무 밑에서 절구 떡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이 많은 문헌과 그림에 남아 있다.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늑대인간이 출몰하는 것도 보름달이 뜰 때로 묘사된다.

달의 신성이 깨지기 시작한 건 20세기 들어서다. 존재하지만 갈 수 없는 곳, 눈에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전의 달이 그랬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달에 가기를 꿈꾸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조르주 멜리에스가 1902년 제작한 SF 영화 <달세계 여행>에서 상상한 달 탐사는 1969년 7월21일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함으로써 현실이 됐다.

최근에는 민간기업도 달 탐사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8일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도전했다 실패한 미국 애스트로보틱의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인간의 유해를 달에 가져가려다 달을 신성시하는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족의 항의를 받았다. 지난 22일 달에 착륙한 미국 민간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무인 우주선 ‘오디세우스’ 겉면에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컬럼비아’의 로고가 표시돼 최초의 ‘달 광고’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맥도널드가 달에 광고판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졌다면서 달 탐사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신성·서정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상업광고다. 최초의 달 광고는 ‘신성한 달’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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