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韓생활 12년된 컨설턴트… "재벌 중심·하향식 구조, 中企 성장에 발목"

장우진 2024. 2.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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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스테니우스 레달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韓기업 내 나이·직급 따른 위계질서 존재 북유럽기업들과 달라
중기 해외진출 확대 위해선 대기업 같은 '마인드 셋' 우선시돼야
현지시장 분석·사회적인 배경까지 제대로 된 지원 받는 것 필요
퍼 스테니우스 레달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레달 제공
퍼 스테니우스 레달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레달 제공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가이자 글로벌 컨설팅기업 레달의 창립자인 핀란드 출신의 퍼 스테니우스(사진) 최고경영자(CEO) 대표가 오랜 한국 생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진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에 대해 '하향식' 경영 문화와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꼽았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2012년부터는 한국에 터전을 마련했고, 배우자도 한국인이다.

해외에 머무는 시간보다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그는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강의도 맡고 있다.

그는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영 문화와 전략 수행 방식을 보면 대체로 임원급에서 실무자로 내려오는 '하향식'으로 수립되지만, 유럽은 여러 관계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참여적'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 내에서는 나이와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데, 이는 북유럽 기업들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고객사를 다변화 해 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 프로세스, 품질을 갖추고 있다. 일부분은 대기업 재벌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진 것도 있다"면서도 "국제적 마인드 셋(마음가짐), 해외 시장에서의 영업·마케팅을 위한 언어·문화적 역량, 글로벌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적응시키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스테니우스 대표가 이 같이 한국 산업 생태계를 분석한 배경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한국 경험에 녹아 있다. 그는 2010년 핀란드에 레달 본사를 세웠고 이듬해인 2011년 한국에 진출했다.

그는 "2011년 한국 방문 당시 유럽에서 한국 대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어느정도 한국의 경영 스타일과 문화를 경험했다"며 "한국 경제는 매우 강세였고, 특히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국내에서의 경쟁을 치르고 있겠지만 사고방식의 차이가 존재하더라"며 "한국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대기업 재벌과의 협력에 익숙해져 있지만,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의 영향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처음부터 여러 국가에서 활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핀란드의 기업들은 대부분 '본 글로벌'(태생적 글로벌) 기업으로 북유럽, 북부·중앙 유럽, 북미 등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모색한다"며 "해당 지역에 재벌과 같은 강력한 대기업이 없는 데다,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과의 밀접한 관계가 해외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대기업과 함께 기술을 개발한 경우 해외를 포함한 타 기업과의 법적 계약에 제한이 생길 수 있고, 여기에 내수 자체가 회사를 유지할 만큼의 시장 규모가 돼 해외 진출에 대한 니즈가 약하다는 평가다.

그는 "재벌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주로 해당 재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은 원천기술을 외국 기업, 특히 일본으로부터 라이센싱 받아 사업을 시작하곤 하는데, 국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같은 해외 시장에 대한 '마인드 셋'을 갖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외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뿐 아니라 문화·언어 등 사회적인 배경까지 제대로 된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삼성, LG, 현대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마인드셋이 부족하다. 이런 중소기업 다수가 가족 경영이고 세대교체의 문턱에 서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대부분 회장 개인에게 결정권이 있어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전략과 사업 확장에 대해 개방적으로 토론하는 문화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한두 개의 대기업 고객사와 거래하며 협상력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익 창출과 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R&D를 지원하고, 해외 진출을 장려하며 추적하면서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관·개인을 통한 교육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도) 소유와 경영의 세대교체가 돼야 하고, 동시에 이사회부터 경영진, 일선 직원까지 보다 전문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는 독일과 핀란드 같은 유럽 국가에서 보여주는 중소기업의 성공 요인들로,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아울러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이 훌륭한 제품·서비스, 견고한 프로세스, 높은 품질을 갖추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장기 전략과 체계적인 투자와 결합돼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더 나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막는 것은 없다. 이는 한국에서의 불평등 감소에도 기여하고, 한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박사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헬싱키 공과대(현 알토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레달 창립 전 미국의 다국적 경영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와 벤처 캐피털 기업인 스트라토스 벤처스에서 파트너·고위 경영진으로 활동했고, 맥킨지&컴퍼니에서 전략 수립, 프로세스 개선, 합병 등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영어, 핀란드어, 스웨덴어,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현재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레달은 한국을 포함해 10개국 이상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20여개의 언어로 소통하며,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다.

스테니우스 대표는 "해외 전략 시장에 대한 언어 능력, 경험, 물리적 존재감이 부족할 수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성장 중인 기술 기업에 대해 시장 ·경쟁자 분석, 시장 진입 전략 수립, 규제·법적 측면의 검토, 제품·서비스의 현지화, 현지 마케팅 전개, 적합한 채널 파트너 선정, B2B 고객을 위한 초기 고객 파이프라인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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