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출산 지원도 '부익부 빈익빈'

고재만 기자(ko.jaeman@mk.co.kr) 2024. 2.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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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 순위 20위권인 부영그룹이 직원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도 이미 다양한 출산지원책을 시행하면서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출산 지원도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최근 만난 한 여성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나도 여자고 애를 키우지만 여자 직원은 가급적 안 뽑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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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눈치보는 中企
직원들 "유연근로 늘려달라"
일·가정양립 우수 기업에
외국인 추가고용 혜택 주자

최근 재계 순위 20위권인 부영그룹이 직원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세금 문제가 이슈가 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제 혜택 등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부영의 새로운 시도는 분명 파격적이고 권장해야 할 일이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도 이미 다양한 출산지원책을 시행하면서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직장인들은 이 같은 소식에 박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체 취업자의 90%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직원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대다수 근로자가 일하는 중소기업에선 단돈 100만원의 출산장려금은커녕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같은 기본적인 제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22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의 70%, 여성 육아휴직자의 60%는 300인 이상 대기업 직원이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더 심하다. 5인 이상~10인 미만 사업장의 육아휴직 사용 실적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출산 지원도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최근 만난 한 여성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나도 여자고 애를 키우지만 여자 직원은 가급적 안 뽑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 여성 CEO의 토로를 더 들어봤다. 직원 1명이 육아휴직을 가면 대체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에 1년짜리 대체인력으로 취직하려는 인력을 구하기가 너무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직원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쓸 경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아 있는 직장 동료들이 휴직자의 일을 떠맡아 더 일하는 수밖에 없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현금 지원 못지않게 근로시간 유연화도 효과적이라는 사례가 있다.

'국민 아기띠'로 불리는 코니 아기띠를 만드는 육아용품 중소기업 코니바이에린의 전 직원 55명은 4개국·24개 도시에 흩어져 재택근무를 한다. 이 회사 직원의 90%는 여성이고, 절반은 워킹맘이다. 재택근무 생산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이 회사는 창업 6년 만인 작년 매출액 3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5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코니바이에린은 자녀 등·하원 시간을 고려해 근무시간 중 최대 1시간을 돌봄에 사용하고, 이후 근무시간을 충당해 업무와 돌봄의 병행이 가능하게 한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는 "회사 업무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다"며 "현명하게 본인의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회사가 돕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육아휴직 제도도 지나치게 경직돼 있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여전히 힘들다. 일할 수 있을 때 더 일하고, 육아를 위해 시간을 내야 할 때는 하루 1시간이라도 먼저 퇴근할 수 있도록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한 이유다.

단축근무, 시차출퇴근제, 재택·원격근무 같은 다양한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단 중소기업의 요청사항에 대해 우선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육아휴직 등을 활발히 실시하는 중소기업에 외국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휴직이나 단축근로로 직장 동료의 업무가 증가한다면 별도 지원금을 주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 경상북도는 작년 3월부터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신 업무를 맡게 된 동료에게 6개월간 매월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대체인력뱅크와 중소기업 공동 어린이집 사업도 현실성과 효율성을 높여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재만 벤처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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