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공룡, 매출 줄고 사상 첫 적자 … 쿠팡에 '유통제왕' 내줘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2.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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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에 선 유통산업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연간 매출 동시 감소는 처음
홈플러스는 자금융통 어려움
5년 새 매출 7배 키운 쿠팡
작년 영업익 유통 3사 압도
유통업계 살아남기 안간힘
"1인가구 맞춤 상품 늘리고
쇼핑·관광클러스터로 승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처럼 40년 넘게 한국 유통산업을 이끌어왔던 대표 기업들이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은 업계 전체가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유통 빅3 기업의 매출은 처음으로 지난해 일제히 감소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고,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상당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예상보다 빨라진 유통산업의 온라인 전환이란 쓰나미가 기존 유통업계를 덮치면서 업계 전체가 위태로운 형국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 포함)·현대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유통 3사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54조5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유통 3사의 연간 매출액이 모두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1조4048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1조8139억원) 대비 22.6% 감소했다.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최근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자·음료업체를 비롯한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지난해 말부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기업들이 생존 위기를 맞은 반면, 온라인 대표 유통 플랫폼인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이 30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도 2010년 창사한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유통 빅3를 앞질렀다. 2023년을 기점으로 쿠팡이 국내 유통업계의 새로운 제왕으로 등극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3억4000만달러(약 8조2762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억2000만달러(약 1566억원)다. 이를 토대로 따져보면 쿠팡의 매출액은 최근 5년 사이 4조3545억원에서 31조4529억원으로 규모가 7배 이상 커졌다. 이마트도 신세계와 합산해 2021년 매출이 30조원을 넘었지만, 아직 단독으로는 30조원을 넘지 못했다.

쿠팡은 영업이익도 2018년 1조1279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6014억원 흑자(예상치)로 돌아설 전망이다. 작년 4분기 실적 예상치가 맞는다면 쿠팡의 이익 규모는 신세계·이마트(5929억원), 롯데쇼핑(5084억원), 현대백화점(3035억원)을 모두 앞선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에 2023년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유통산업의 판도 변화는 기업 고용 인원 숫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고용 인원은 2018년 6만3937명에서 지난해 5만4696명으로 5년 새 1만명 가까이 줄었다. 반면 쿠팡이 고용하는 근로자는 2018년 1만9330명에서 지난해 6만9057명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기업들의 달라진 흥망성쇠는 최근 10년 사이 유통산업 패러다임이 △온라인 △초대형 △초근접이라는 3가지 기준에서 급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유통의 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도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5%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겼다. 통계청의 '2022년 온라인 쇼핑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은 거래금액 기준 150조원 규모이고, 이 중 쿠팡의 점유율은 24.5%다. 시장에선 수년 안에 쿠팡의 점유율이 50%까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온난화와 미세먼지가 심화되면서 실내에서 쇼핑과 식사, 놀이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찾는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외형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이마트의 매출은 롯데쇼핑의 2배 규모다. 이마트가 초대형 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안착시킨 영향이 컸다.

1인 가구 증가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대형마트를 찾아 한꺼번에 대량으로 식품·잡화를 구매하는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신 집 근처에서 적은 용량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유통업태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을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각각 2.2%, 0.5% 증가한 반면 편의점은 8.1%나 성장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1인·맞벌이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가족 단위 쇼핑이 줄고 소용량 쇼핑이 가능한 이커머스나 편의점으로 소매유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서 "마트와 백화점에만 치중해온 유통 3사의 대응이 너무 느렸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유통기업은 수도권에선 1인 가구용 맞춤형 상품을 늘리고, 지방에선 쇼핑과 관광을 묶은 클러스터로 변해야만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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