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전임의마저 병원 떠나나 …"일주일 후 수술 올스톱 위기"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4. 2. 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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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강의·진료 병행 않고
전임의들 계약갱신 포기 추진
전국 의대 졸업생들 수백명
인턴임용 계약포기 잇달아
보훈병원서도 이탈자 속출
정부 제재수단 마땅치않아
의료공백 장기화 우려 커져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민간인 중환자 가족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심해지는 가운데 그간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전임의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앞둔 '신규 인턴'들도 줄줄이 임용을 포기하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가 떠난 의료현장을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라 믿어왔던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교수와 병원 소속 의사를 병행하는 '겸직'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3월에는 의료진이 사라진 대학병원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말 계약 종료를 앞둔 대형병원의 전임의들이 병원과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현재 교수들과 더불어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서 이탈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핵심인력으로 꼽힌다.

전임의들은 통상 2월 말을 기준으로 병원과 1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근무한다. 기존 전임의들의 경우 수련을 이어가려면 2월 말 병원과 재계약을 하고, 전공의 마지막 해인 레지던트 4년차들도 이번 사직 행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내달부터 전임의 신분으로 병원에 남게 된다. 실제 조선대병원 등은 전임의 상당수가 3월부터 근무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병원과 계약관계인 만큼 계약 종료로 현장을 떠나더라도 정부의 진료유지명령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 20일 전국 수련병원 임상강사·전임의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현장 의사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의료정책을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의료정책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돼 의업을 이어갈 수 없는 실정"이라며 전공의들의 이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3월부터 인턴으로 수련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던 의대 졸업생들도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신규 인턴의 95% 이상이 오리엔테이션(OT)에 불참하고 임용 계약을 포기한 상태다. 지난 23일 기준 전남대병원은 인턴 임용 예정자 101명 중 86명이 임용포기서를 냈고, 제주대병원은 인턴 입사 예정자 22명 중 19명, 경상대병원은 37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했다. 이 외에도 인턴 임용을 포기한 인원은 부산대병원 50여 명, 충남대병원 60명, 전북대병원 57명 등에 달한다.

당초 의료 공백을 채울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되던 인턴 예정자들이 수련을 포기하는 집단행동을 택하면서 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기존 인력의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 유입마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료현장 인력 운용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 근무 중인 전임의들 가운데 상당수가 3월부터 병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신규 인턴들마저 들어오지 않으면 3월부터는 수술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일부 국립 의대 강경파 교수들이 병원 진료를 하지 않고 학교 강의만 이어가는 '겸직 해제' 카드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면서다. 현재 국립대 의대 교수들의 상당수가 강의와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겸직 해제 역시 의료법상 불법 행위인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아 정부로서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한편 빅5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공의 이탈은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6개 보훈병원의 전공의 135명 중 90명(66.7%)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핵심적인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병원에서조차 절반이 넘는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동참한 셈이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주말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는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13개 부처가 참여해 부처별 비상진료체계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의사 집단행동 대응계획 등을 논의했다.

전공의·전문의·전임의

전공의란 의대를 졸업한 이후 종합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인턴(1년 과정)과 레지던트(3~4년 과정)를 의미한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특정 과목에서 자격을 인정받으면 전문의가 된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에도 병원에 남아 1~2년가량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를 '전임의'라고 부른다. 흔히 펠로 또는 임상강사로 불린다.

[김지희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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