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뭉치고 중국과도 회담…조태열, 다자외교 데뷔전 '합격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북한 문제 대응 등을 위한 G20의 주도적 역할과 국제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미일 정상이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속한 3국 협력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동맹체계 공고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그동안 연결고리가 부족했던 중국 측과 만나는 등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 노선을 다져가며 무난한 '다자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21일~2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북한·러시아 간 군사협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등 북한의 불법행위를 규탄하고 G20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 계기로 우크라이나 주권·영토 보전과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도 거듭 밝혔다.
이번 G20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한미일 3자 회담이다. 이번 회동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번째로 지난달 10일 취임한 조 장관 취임 후에는 처음이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3자 회담을 열고 동북아 정세 긴장감을 높이는 북한의 핵·미사일·사이버 위협에 우려를 표하고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러 군사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에도 공감했다.
조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올해는 1994년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번 회의는 우리가 함께한 여정에서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중국의 공세적인 행동 등 역내 도전이 증대하고 있다"며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우리의 협력과 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북한을 비롯한 다른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양측(한미)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길 열망한다"고 말했다.
3국 장관은 1997년 이후 27년 만에 한미일이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동시에 활동하는 만큼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필요성 등을 거듭 강조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은 2017년부터 본격화한 안보리 대북제재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 공조와 안보리 공동활동에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 측 고위급과 취임 첫 대면 만남을 가졌다. 조 장관은 유럽을 순방 중인 왕이 외교부장을 대신해 G20 회의에 참석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차관)과 만나 한중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 장관과 마자오쉬 부부장은 한중관계 중요성에 공감하며 양국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도 긴밀히 소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조 장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는 별도 회담 등은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20 회의에서 조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조건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임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다자회의장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조우해 한러 관계,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짧게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조 장관은 G20 회의 기간 일본·캐나다·이탈리아와 양자회담, 프랑스·독일과 약식회담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부 장관과는 만찬 행사에 동석하면서 G7(주요 7개국)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G7 외교장관들과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첨단산업·과학기술 협력 등 미래지향적 외교 관계 구축에 힘썼다.
조 장관은 또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면담하며 유네스코가 AI(인공지능) 윤리 관련 국제규범을 최초 개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정부 역시 오는 5월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규범을 만들고 있는 움직임을 소개하며 한-유네스코 간 협력 확대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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