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빈자리 '힙한 디저트'로 채우는 백화점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2.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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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흐림, 식품은 쾌청.'

올해 백화점 업계가 일본 파이, 벨기에 명품 초콜릿 등 '힙'한 디저트 맛집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대형 디저트 맛집을 선보이며 집객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불황으로 명품 매출 성장이 꺾이자 업계가 가격 부담이 덜한 식음료를 내세워 매출 방어에 나서게 되면서 백화점들의 디저트 맛집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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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강남 후식 전문관에
8일동안 무려 40만명 다녀가
롯데·현대도 디저트 공들여
불황에 고가품 성장 꺾이자
가격부담 덜한 식음료 확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있는 벨기에 명품 초콜릿 '피에르 마르콜리니' 매장.

'명품은 흐림, 식품은 쾌청.'

지난해 내내 백화점 업계가 마주한 성적표다. 팬데믹 기간 보복 소비로 40%대에 육박했던 명품 매출 성장률이 2년 만에 한 자릿수로 꺾인 반면에 식음료(F&B) 매출 성장률은 명품을 웃돌며 선방하고 있어서다. 올해 백화점 업계가 일본 파이, 벨기에 명품 초콜릿 등 '힙'한 디저트 맛집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다.

25일 유통 업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15년 만에 식품관을 재단장하면서 가장 먼저 선보인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가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개장 첫날부터 8일간인 지난 15~22일 방문객이 40만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강남점 디저트 매출은 205.1% 뛰었고 점포 전체 매출은 덩달아 31.2% 성장했다.

22일 스위트파크에서 만난 대학생 정해윤 씨(23)는 "후쿠오카 명물로 알려진 일본 파이 맛집이 강남점에 입점했다는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봤다"면서 "천안에서 올라와 긴 대기줄 끝에 직접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대형 디저트 맛집을 선보이며 집객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3월 잠실 롯데월드몰 5층과 6층, 2개 층에 걸쳐 약 1123㎡(340평) 규모로 문을 연 '노티드 월드'는 월평균 12만명의 고객을 끌어당기며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8월 같은 건물 1층에 개장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 역시 월평균 15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고객의 추가 구매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 노티드 월드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개장한 이후 같은 층(5~6층, 1층)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기다리는 시간에 다른 곳에서 쇼핑한 것으로 유추된다.

최단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더현대 서울은 애초 식음료 구역의 약 35%를 베이커리·디저트 매장으로 채워 2021년에 개장했는데, 2년째 디저트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엔 전년 동기 대비 68.9%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44.4% 증가했다.

불황으로 명품 매출 성장이 꺾이자 업계가 가격 부담이 덜한 식음료를 내세워 매출 방어에 나서게 되면서 백화점들의 디저트 맛집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성장률은 0.3%에 불과했지만 식음료는 15.3%에 달했다. 명품 매출 성장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6.5%까지 치솟아 명품 오픈런 상황까지 발생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신장률은 5%에 불과했지만 식음료는 20%에 달했다.

국내 디저트 문화가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점도 백화점의 맛집 유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20일 KB국민카드가 신용·체크카드 매출액과 신규 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디저트 전문점 매출액은 2019년 대비 2020년 0.2%, 2021년 18%, 2022년 35%, 2023년 61% 증가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수익성이 악화된 백화점이 타개책으로 식품 중심 공간의 효율화에 나선 것도 디저트 맛집 유치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 경기 침체기에 식음료가 효과적인 집객 수단이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백화점 방문 목적으로 '식품'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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