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에 두 번째 징역형···‘아랍의 봄’ 이끈 튀니지의 내리막길
가디언 “국가 탄압의 일환”
이달 초 투옥된 야당 대표는 옥중 단식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 민주화 바람을 일으켰던 튀니지에서 정치 탄압에 따른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을 비판한 인물들이 줄줄이 체포된 가운데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온 몬세프 마르주키 전 대통령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투옥된 야권 인사들은 옥중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는 등 사이에드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튀니지 사법당국은 마르주키 전 대통령이 “정부를 전복시키고, 대중을 선동하고, 튀니지 땅에 무질서와 살인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해당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2011년 민주화 이후 첫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르주키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왔다. 특히 그는 정치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헌법기관들의 기능을 잇달아 정지시킨 사이에드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칭하며 비판에 앞장선 인물이다.
튀니지 법원은 앞서 2021년에도 같은 혐의로 마르주키 전 대통령에 궐석으로 4년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도 프랑스에 거주 중인 마르주키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궐석으로 통과된 이번 판결은 카이스 사이드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국가 탄압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변호인 사미르 벤 아모르는 이날 판결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되는 것이 정당하냐”면서 “정부가 반대자들을 향한 정치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엔나흐다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혁명의 모든 성취가 사이에드의 권력 장악으로 좌절됐다”면서 “기본적 자유가 침해되고, 반대자들이 기소되고, 사법부 독립도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튀니지에서는 사이에드 대통령을 비판한 야당 인사들과 공직자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야권의 핵심 지도자인 라체드 가누치 엔나흐다 대표가 정부를 비판해 국가 안정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된 후에도 유사한 혐의로 투옥된 야당 인사들과 옥중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쓴 ‘아랍의봄’의 발원지이자 그중 유일하게 민주정치를 정착시킨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2019년 집권한 사이에드 대통령이 국가의 부패와 무능을 척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입법부와 사법부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고,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늘리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2021년 의회를 해산한 이후 이같은 행보에 반기를 들어 기소되거나 투옥된 인물은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4192151015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2021947001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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