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1조 넘었다…배상 기준 두고 '고심'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사태'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금융당국 감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빠르면 이번주 내놓을 손실 배상 관련 책임 분담 기준을 놓고 고심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손실배상 기준 마련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만기상환 금액은 약 2조1130억원으로 이중 9725억원이 상환됐다. 손실금액이 1조1405억원으로 손실률은 54%에 육박한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한 ELS 상품은 손실률 54.5%를 기록했다.

'H지수 ELS'의 82.1%가 은행권에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 판매 상품의 손실 규모는 936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업권(은행, 증권 합산)의 H지수 ELS 만기도래 금액은 1분기 3조9000억원에서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올해 상반기 홍콩 H지수 ELS 만기도래 규모

금융당국은 빠르면 이번주 ELS 관련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장 조사에서 일부 불완전판매가 발견된 만큼 대략적인 손실배상 방식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배상문제 뿐만 아니라 필요한 제도개선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고심 중이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배상 당시에는 기본배상비율 30%에 은행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 25%를 합산한 55%를 기준으로 은행 책임가중과 투자자 자기책임 사유를 가감해 배상비율을 적용했다. 당시에는 은행이 내부통제 부실운영도 확인돼 배상비율이 높았다.

반면 ELS는 일괄적인 배상 비율을 정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20년 가까이 판매된 금융상품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판매된 상품에 일괄적으로 적합성·설명의무 위반을 적용하기 어려워서다. 또 본점차원의 부실책임 등 전 상품에 적용되는 문제점이 발견돼야 기본배상을 설정할 수 있다.

관심을 받고 있는 은행권이 어떤 배상안을 내놓을 지도 관심이다. 은행권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되기 전에 배상 기준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일부 불완전판매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전체 판매로 일반화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배상을 논하는 시점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현장 조사 단계이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또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품도 다수다. 앞서 라임펀드 사태 때는 손해 확정까지 4~5년이 걸려 먼저 손해배상을 하고 사후정산하는 방식이 활용됐지만 ELS는 2021년 판매 상품 중 80%가 연내 만기된다.

손실 규모의 기준이 되는 H지수도 널뛰기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5001.95까지 떨어졌던 H지수는 지난 23일 5765.10까지 상승했다. 한 달 사이 15.3% 올랐다. 사전에 손실 규모를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 규모가 클수록 배상안 마련에 신중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다"며 "금융회사, 투자자 모두가 납득할만한 배상안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