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도 “아마추어 같다”···‘비공개 회의에 여론 눈치 보기’까지 축구협회의 난맥상

이정호 기자 2024. 2. 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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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2.16. 조태형 기자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4일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내용 등을 논의한 2차 회의에서 3월 A매치 기간 월드컵 예선 2경기를 임시 사령탑 체제로 치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21일 첫 회의에서는 곧바로 ‘국내파’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지만 촉박한 시간, 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으로 현재 프로팀 지도자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 등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180도 선회했다.

우승을 목표로 했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에 따른 후폭풍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대표팀 내분 등의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축구협회의 대처는 축구계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확인시켜 준다. 기본적인 이슈나 달라진 시대 환경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뒷북’을 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것은 지난 7일. 감독 경질이 최종 발표된 16일까지 총 9일이 걸렸다. 어찌 보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과정을 보면 답답했다. 선수들은 8일 귀국했고, 이후 4일간의 설 연휴가 끼면서 축구협회의 공식 행보가 한동안 없었다. 그러나 대회 기간 계속된 졸전에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의 부적절했던 귀국 인터뷰와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하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의 급작스런 출국 등 논란이 더해지며 전 국민적 이슈로 커져 버렸다. 게다가 14일 오전에는 ‘탁구 게이트’까지 터졌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4.2.3 연합뉴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듯한 상황이었지만, 축구협회는 눈치 없는 ‘늦장 대처’로 논란을 키웠다. 15일에야 개최된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절차상 클린스만 감독의 의견을 청취하긴 했지만, 공식 브리핑은 ‘재탕’ 수준에 그쳤다. 앞서 13일 축구협회 ‘경기인 출신’ 임원 사이에서도 “참석자 대부분이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쪽으로 이미 목소리가 나왔던 터였다.

16일 KFA 임원회의가 열렸고, 이때까지 두문불출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최종 발표한 뒤 “책임은 협회와 저에게 있다”고 고개 숙였지만, 책임론에 따른 사퇴 요구 여론, 협회장 연임 질문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와 차기 사령탑 문제가 축구계를 넘어 전 국민적 이슈가 됐음에도 축구협회가 회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도 불편한 시각이 많다. 축구협회 홍보팀은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를 ‘비공개’ 회의로 열고, 결과 브리핑과 보도자료 없이 추후 브리핑을 통해 결과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보안’은 사안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지만, 늘 성공적이지 않다. 이날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 내용은 이전 회의와는 정반대의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보도자료 없이 관계자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15일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진행 중에 회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만큼 허술하다.

축구협회 홍보팀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부가 결정될 자리로 관심이 높았던 지난 16일 KFA 임원회의 때도 취재진에게 ‘회의 결과 발표는 미정’이라고 공지할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다. 지난 20일 정해성 체제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재구성된 정몽규 회장 주재의 주간 정기업무 회의도 비공개로 열렸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선임은 관련 질문 없이 발표로 대체됐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축구협회의 기이한 행보는 논란을 잠재우기 보다 온갖 풍문을 양산하며 이슈를 키우고 있다. 기존 축구협회 임원인 정해성의 전력강화위원장 선임, 그리고 3월 K리그 사령탑의 대표팀 선임 등의 이슈도 이미 취재진들이 우려했던 지점이란 점에서 크게 받아들여 진다. K리그 감독 선임 이슈로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에도 타격을 줬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번 이슈로 축구협회가 하는 일이 아마추어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단 대표팀의 정식 감독 선임은 늦춰졌지만, 이번 전력강화위원회가 대표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보다 일찌감치 국내 지도자를 못박으면서 결국엔 정해진 후보로 수준을 밟게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다음주 중 3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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