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2년, 서방 ‘연대’ 외치지만···커지는 위기감

선명수 기자 2024. 2. 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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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찾은 서방 정상들 ‘연대’ 한 목소리
악화된 전황에 미 ‘지원 공백’ 위기감 커져
미 ‘안보우산 철회’ 공포 속 유럽 무기생산 박차
냉전 이후 투자 부족으로 생산량·속도 ‘한계’
우크라 지원·안보 홀로서기 ‘이중 과제’ 직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전사자 ‘추모의 벽’을 방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드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맞아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찾는 등 지속적인 연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2년이 된 24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G7 정상들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G7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긴급한 자금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G7 의장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캐나다, 벨기에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서방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자금 지원도 약속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우크라이나 재정·국방 분야에 30억 캐나다달러(약 2조96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내용의 양자 안보협정에 서명했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안보 협정과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 덴마크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미국과 EU는 전쟁 발발 2년을 앞두고 대규모 대러시아 제재를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지만, 우리 누구도 우크라이나가 끝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 삶의 가장 위대한 날에 승리할 것이다”라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영토 탈환을 위한 ‘대반격’을 준비하던 1년 전에 비해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동부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에 빼앗기는 등 최전선에서 거듭 고전하는 추세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포탄과 대공 미사일 등 핵심 무기의 부족으로 화력에서 러시아에 크게 밀리고 있다.

여기에 단일 국가로는 최대 무기 지원국인 미국의 지원도 공화당의 반대로 중단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의회에 제출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상원에 이어 하원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넉 달 가까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재개되더라도 올 11월 열리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이전과 같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점점 커지는 미국의 지원 공백 우려에 무기 생산 시설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는 미국의 ‘방위 우산’ 없이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위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현실적인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고한 미국의 방위 우산 철수에 대비해 자체 무기고를 채워야 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한 셈이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생산량과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EU는 당초 올해 봄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계획했던 155㎜ 포탄 100만발 가운데 실제로는 절반 정도만 양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현재 전황에 비춰봤을 때 한 달에 최소 20만발의 포탄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유럽의 총생산량은 한 달에 약 5만발에 불과하며 그중 일부만 우크라이나로 전달되고 있다.

(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아틸리아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알렉센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2016~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 투자 담당 사무차장을 역임한 카밀 그랜드는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지만, 각국의 생산 상황을 ‘평시 모드’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면서 “말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냉전 이후 수십년간 방위산업 투자에 소홀했던 데다 미국과 달리 방위산업이 소규모로 분열돼 있고, 공동 생산에 대한 법적 장벽이 존재하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랜드유럽의 국방연구원인 제임스 블랙은 워싱턴포스트(WP)에 “유럽은 이제 전시 상황을 대비해 방위산업을 동원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노동자를 고용해 교육하고 주요 자재를 확보하는 데는 몇달 또는 몇년이 걸릴 수 있고, 이런 시간 지연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WP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무기 조달을 역내 기업으로 제한할지, 아니면 지원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조달을 확대할지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나토 관계자는 “모든 국가들이 자국 시장이 이익을 얻길 원한다”면서 “그러나 국수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우크라 지원을 위해) 한국이 가장 좋은 거래처라면 우리는 한국산을 사야한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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