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무: 삶과 죽음의 이야기·역사를 바꾼 100책

이은정 2024. 2. 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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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중 옮김.

그는 이 책에서 더글러스퍼 나무의 일생을 탄생, 뿌리 내리기, 성장, 성숙, 죽음 등 다섯 단계로 기록했다.

저자는 나무 한 그루를 주인공 삼아 역사와 자연사, 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순환하는 생태계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한 그루 나무의 삶은 "모든 나무, 모든 생명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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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나무: 삶과 죽음의 이야기 = 데이비드 스즈키·웨인 그레이디 지음. 이한중 옮김.

이 나무는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생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작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을 즈음엔 싹을 틔웠을 것이다.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며 지상의 생명체를 위해 수증기를 뿜어냈다. 잎 가지와 열매로 동물과 새들에게 음식과 서식지를 제공하고, 뿌리는 양서류와 곤충·다른 작은 식물군의 커다란 우주도 되어줬다.

소나뭇과에 속하는 이 더글러스퍼 나무는 550년을 살며 늙어갔고, 고사목이 되어 쓰러진 뒤에도 이끼류와 곤충에게 자신을 내어줬다. 그러고는 묘목에서 돋아난 지 700년 만에 흙더미로 돌아갔다. 이 자리에는 다시 나무가 자란다.

세계적인 유전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는 우연히 키가 50m 넘고 둘레가 5m쯤 되는 장대한 더글러스퍼 나무를 마주하고 그 삶의 여정을 들여다봤다.

그는 이 책에서 더글러스퍼 나무의 일생을 탄생, 뿌리 내리기, 성장, 성숙, 죽음 등 다섯 단계로 기록했다.

저자는 나무 한 그루를 주인공 삼아 역사와 자연사, 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순환하는 생태계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경쟁하고 공존하며 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섭리를 일깨운다.

나무의 일생은 자연과 과학 영역 밖의 이야기로도 전개된다. 나무는 인간 세상을 바꾸기도 했다. 더글러스퍼가 15살이던 중세 말엽에는 책 제작에서 리넨이 양피지를 대체했고, 그 덕에 독일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전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한 그루 나무의 삶은 "모든 나무, 모든 생명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만약 울창한 숲속을 걷다가 잘 자란 나무를 만난다면, 한때 그 자리에는 쓰러진 통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나무가) 에드워드 1세가 영국의 왕이 되던 해에 태어나 월스트리트의 주가 대폭락이 있던 해에 쓰러진 거목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리라."

더와이즈. 296쪽.

▲ 역사를 바꾼 100책 =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 지음.

'국가'에 담긴 플라톤의 철학은 "서양의 2천400년 역사에서 현실에 절망하고 새로운 질서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상상의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했다.

18세기 영국 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는 "페미니즘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논의"라고 볼 수 있다.

철학, 과학, 문학, 경제학, 사회학, 예술 등 6개 분야 학자가 역사 흐름을 바꾸고 사조 전환을 일으킨 고전 100종에 대한 해설을 묶어 냈다.

100종 선정은 사회생물학자 최재천을 위원장으로 과학자 김상욱, 서양 고전학자 김헌, 철학자 조대호 등 분야별 석학으로 구성된 'EBS 독서진흥 자문위원회'가 맡았다. 책은 자문위를 포함해 41명이 공동 집필했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찰스 다윈의 '인간의 유래', 존 롤스의 '정의론', 게오르크 헤겔의 '미학 강의', 이익의 '성호사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등 사조에서 최초라 할 만한 저작물, 대표적 인물의 주요 저서, 현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소개했다.

최재천 위원장은 머리말에서 "(그동안의 고전) 목록에서 과감히 탈피해 학문의 흐름을 재설정하거나 대중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업적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EBS북스. 508쪽.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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