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뽕뽕브릿지' 10년.."역사적 자원, 가꾸고 살릴 것"<下>
외국 교류작가, 좋은 작품과 영향력으로 지역에 활기
올해 10주년, 작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전시 구상
"방직공장과 함께 한 마을의 역사 잊어서는 안돼"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의 발산마을 '뽕뽕브릿지’는 2014년 '발산마을 프로젝트(Project B)'를 진행했던 신호윤, 최윤미 작가가 운영하는 창작공간입니다.
조선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두 사람은 올해로 10년째 이곳을 지키며 실험적인 예술작업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최윤미 작가와 인터뷰를 갖고 그간의 활동성과와 올해 단체 설립 10주년 행사계획 등을 들어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가 있다면.
"지난 10년간 너무나 많은 일이 있어 하나로 손꼽기 어렵습니다만, 몇몇 외국 작가들이 생각납니다. 가장 먼저 광주에 첫 교환 레지던시를 왔던 일본 작가 료타시이바시 씨가 떠오릅니다. 그는 무등산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제가 매니저로서 8시간 동안 함께 산을 누비며 작업을 도왔던 일이 있습니다. 또한 그는 겨울 눈 쌓인 마을 언덕길을 어르신들을 위해 가장 먼저 눈을 쓸어주며 주민들과 호흡했고, 그 후로도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광주를 방문했습니다. 또 다른 일본작가 미야 카네코 씨는 한·일관계가 악화돼 모두가 'NO JAPAN'을 외치던 해 광주에서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시민들을 만나 '저는 일본에서 온 예술가입니다'라고 밝히며,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과 작품을 만들어 갔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밖에 광주에 와서 처음으로 눈(雪)을 맞았던 말레이시아 작가,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일본에서 온 필리핀 예술가 랄프 럼스레스까지 모두 좋은 작품과 영향력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어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2022년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일 교류를 이어가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며 함께 만들었던 '이동하는 풍경과 움직이는 형태' 전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 전시는 광주 지역 작가 4명과 일본 미디어 작가 4명의 교류전으로 광주와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양국간 너무도 다른 성격의 미디어 작품을 한 곳에서 조망하며,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언젠가 다시 만나 함께 할 수 있기를 모두가 염원하며 준비했던 전시였습니다.
- 흥미로웠던 사건이 있다면.
"하구리 미도리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일본의 코가네초라는 지명이 광주 황금동과 같고 과거 홍등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된 것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코가네초 에이리어 메니지먼트 센터(KAMC) 대표인 신고 야마노 씨는 발산마을에 처음 방문한 이후 오래된 마을의 정취, 방직공장과 함께 한 지역의 역사, 광주천을 끼고 있는 지리적 환경이 코가네초와 닮아 매년 광주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 올해 10주년인데, 계획하고 있는 행사가 있다면.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올해는 단체 설립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활동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아카이브 형태의 전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마침 올해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해여서 일본에서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뽕뽕브릿지 개관 10주년으로 모든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 보고 싶습니다."
- 발산마을 구성원으로서 발전 방향을 그려본다면.
"발산마을은 1970년대 생성된 마을로 방직공장 여공들이 힘든 시기를 살았고 아픔에 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달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해가 뜨고 별이 뜨는 것처럼 아픔을 감춰두고 지워내는 것이 아닌 오히려 드러내고 더 크게 소리쳐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을 길러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낡고 오래된 마을이라 쉬이 여기고 없애는 것이 아닌, 마을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보수할 것은 하면서 남길 것과 바꿔야 할 것, 새로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그에 따른 적절한 운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별이뜨는 발산마을'로 시작해서 '청춘발산마을' 그리고 '빛나는 청춘발산마을', 이제는 '피지컬 발산' 등 행정에서는 청춘을 발산하는 추억과 예술마을로 가꾸어왔습니다. 하나의 마을에 다양한 이미지가 있는 것은 좋으나 BI(Brand Identity)는 한가지로 명확하게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을의 역사적 자원을 새로운 것으로 덮는 형태가 아닌 가꾸고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아울러, 방직공장과 함께 한 마을의 주된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레지던시 #일본작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청춘발산 #전라도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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