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후동행카드' vs 경기도 'The 경기패스'…정치적 자존심 다툼으로 변질 [밀착취재]

오상도 입력 2024. 2. 25. 14:01 수정 2024. 2. 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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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등 줄다리기…당적 따라 참여 엇갈려
오세훈 "경기도민 도움 줄 정책 펴야”…일부 與 시장만 동참
재정 열악 시·군 시스템 변경 어려워…경기도 협조 절대적
경기도 “시·군, 실효적 혜택 없다고 판단…자율 판단에 맡겨”
김동연 “道는 오직 도민만 생각…실질적 혜택 제공에 집중”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카드인 기후동행카드를 두고 경기도와 서울시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한 달 만에 판매량 46만장을 돌파한 ‘기후동행카드’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과 당적이 같은 경기지역 일부 시·군 단체장들이 동참을 선언했지만 경기도는 “도민에게 실효적 혜택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도는 기후동행 카드의 참여 여부를 시·군별 자율 입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더(The) 경기패스’의 출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도입한 기후동행카드는 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원대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경기도가 5월 시행 예정인 The 경기패스는 매달 사용한 대중교통비를 연령·소득수준 등에 따라 20~53% 돌려준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카드인 기후동행카드(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 뉴시스·뉴스1·연합뉴스
◆ ‘정치 쟁점화’ 변질한 기후동행카드…서울편입론·중복투자·운송손실금 등 삼중고

25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통합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을 둘러싼 수도권 두 지자체의 정책 줄다리기는 정치적 자존심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 오 시장이 경기도 시·군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을 두고 도에 불만을 드러낸 가운데 경기도는 “실익 없는 정책을 정치 쟁점화해 혼란을 가중하는 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포문을 연 건 오 시장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시정 질의에 참석해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경기지역 시·군 참여가 저조한 것을 놓고 ‘경기도가 관내 기초지자체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도와주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도의 협조 부족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예산까지 써가면서 해 주겠다고 공표를 했는데 경기도는 한 푼도 댈 수 없으니까 기초지자체에 돈이 있으면 들어가라. 그런 입장”이라며 “사실상 도에서 안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시정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기후동행카드는 단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참여 여부가 갈리면서 지금까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인천시와 경기도 김포·군포·과천시만 기후동행카드 사용 업무협약을 맺었다. 참여를 저울질 중인 일부 국민의힘 소속 경기지역 기초단체장들을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은 참여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이튿날인 22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 지난 2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을 반박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지난해 말 도는 시·군의 기후동행카드 참여에 대해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도 전체 시·군을 대상으로 한 The 경기패스는 도비 30%를 지원하지만,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는 일부 지자체 시민만을 위해 (따로 비용을) 지원할 순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후동행카드가 실효적 혜택이 없다고 판단해 안 하는 시·군이 많다”며 “상호 간 건강한 정책경쟁이 불필요한 정치 쟁점화로 변질해 2600만 수도권 시민에게 혼란을 가중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기후동행카드는 도내에서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용역 비용과 유지관리비 등을 서울시와 경기도, 시·군, 운송회사 등이 분담해야 하는데 누가 얼마나 낼지를 두고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자체 통합 교통카드인 The 경기패스를 두고 굳이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를 지원할 이유가 없어 최악의 경우 참여 시·군이 운송손실금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섣불리 서울시의 통합 교통카드 사업에 참여했다가 서울편입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2023년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와 오세훈 서울시장. 경기도 제공
◆ 기후동행카드 발표 前 경기도와 협의 없어…김동연 “경기패스 한 장이면 충분”

이에 오 시장은 23일 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 숫자가 100만명”이라며 “도가 전향적으로 도민에게 도움을 줄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도와 기초지자체가 대중교통 재정지원을 분담하는데, 도 차원에서 지원을 안 한다고 분명히 했기에 재정 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는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한다”면서 “경기도민이 출퇴근에 기후동행카드를 쓸 때 서울시의 비용 분담 비율은 60%, 경기도는 40%로, 도민이 이용하는 것에 서울시가 재정분담을 더 하겠다고 하는데 경기도가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사실상 경기패스만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기후동행카드에는 참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두 지자체 간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 측이 각자 마련한 통합 교통카드가 서로 시민·도민에게 더 도움이 된다며 우위를 주장하는 데다,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을 두고 중복투자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광역단체 간 이동을 전제로 하는 통합 교통카드를 내놓기 전 이웃 경기도와 협의하지 않은 점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당시 경기도 측은 사전 교감 없이 나온 기후동행카드 발표를 두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1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중교통 지원정책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지사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경기패스 한 장이면 충분하다”며 오는 5월 출시 예정인 The 경기패스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 모든 길에 통한다. The 경기패스'라는 슬로건을 강조하면서 “도는 오직 도민만 생각하겠다. 실질적 대중교통 혜택 제공에 집중하겠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도민의 교통 패턴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통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특히 청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점(27%)을 고려해 우리 청년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The 경기패스는 K-패스의 월 60회 한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30% 환급 대상인 청년의 기준도 19~34세에서 19~39세까지 확대한 경기도만의 교통비지원 정책이다.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올해 3월 개통하는 광역급행철도(GTX) 등 전국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포함한다.

앞서 지난달 27일 시범운영을 시작한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이 카드가 있으면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올빼미버스)를 포함한 서울시 면허 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탈 수 있다. 권종은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6만2000원권, 6만5000원권 2종으로 나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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