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배우조합상까지 ‘싹쓸이’ 수상

24일 저녁 엘에이에서 열린 제30회 배우조합상에서 ‘성난 사람들’로 티브이 영화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븐 연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배우들의 배우 상’인 미국 배우조합상(SAG)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로 골든글로브와 에미상, 크리틱스 초이스, 배우조합상까지 티브이(TV) 시리즈를 대상으로 하는 주요 시상식의 주연상을 석권하는 쾌거를 올렸다.

스티븐 연은25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30회 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티브이 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됐다. 스티븐 연은 수상 소감으로 “내가 이 일을 그만두도록 심하게 반대하지 않으신 어머니와 아버지께 감사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 코치에게 특별히 감사인사를 하면서 “매번 그녀에게 ‘넌 이해 못할 거야. 이건 아주 한국적인 이야기라서’ 말할 때마다 ‘아냐, 이건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야’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1995년 제정된 배우조합상은 배우조합에 소속된 영화와 티브이 드라마 배우들이 심사해 선정하는 상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더 각별하게 받아들여진다. 한국 또는 한국계 작품으로 2020년 ‘기생충’이 영화 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했고 2021년 배우 윤여정이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이정재와 정호연이 각각 티브이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까지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10부작)은 사소한 계기로 분노의 버튼이 눌린 아시아계 미국인 남녀가 살면서 억눌려온 감정을 서로에게 폭발하면서 파국으로 달려가는 블랙코미디다. 스티븐 연은 이 작품에서 한인 2세로 출연, 한국 이민자들의 생활방식, 사고방식을 표현하면서도 고립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감성을 연기해 찬사받았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간 스티븐 연은 ‘워킹 데드’의 ‘글렌 리’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조던 필 감독의 ‘놉’ 등의 영화에서 활약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 17’에도 출연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에서 스티븐 연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앨리 웡도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