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기 몸에 새겨진 십자가 문신, 42년 만에 밝혀진 진실

CBS 오뜨밀 2024. 2. 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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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서정암 아나운서

◇ 채선아> 44살 사라 존스 씨는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자신의 왼쪽 팔에 새겨진 이 기이한 문신은 뭘까? 그리고 2018년이 되어서야 마침내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데요. 2018년 미국 유타 주에서 있었던 사건, 서정암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서정암> 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에 사는 44살 사라 존스 씨입니다. 사라 씨는 3살 때 한국에서 국제 입양이 됐는데요. 어릴 적에 태평양을 건너 멀리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좋은 양부모님을 만나게 됩니다. 양부모님은 사라 씨를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셨다고 하는데요. 특히 사라 씨가 공부를 굉장히 잘해서 양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학도 갔다고 합니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과 법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10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IT 회사를 운영하는 CEO가 됐다고 합니다.

◇ 채선아> 전폭적인 지원을 할 만하네요. 자랑스러웠을 것 같아요.


◆ 서정암> 사라 씨는 학업과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까 처음에는 자신의 뿌리를 찾는 데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대요. 그러다가 미국 남성과 결혼을 하게 됐고요. 형제를 낳아서 기르면서 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니까 문득 자신의 친부모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찾으려고 해도 아는 게 너무 없었어요. 이분이 3살 때 입양이 되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알고 있는 거라고는 한국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출생지 입양 직전에 시설에서 찍은 아기 때 사진이 전부였습니다.

◇ 채선아> 사실 오래전 일이어서 알고 있는 정보도 맞는지 확인을 해야 될 것 같아요.

◆ 서정암> 네 그렇죠. 왜냐하면 사라 씨가 입양된 1970년대에는 한국에서 국제 입양이 굉장히 성행했는데요. 그때 당시에 입양 관리가 허술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생년월일도 진짜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그냥 누군가가 정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러면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조차 틀릴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서정암> 그렇죠. 굉장히 힘든 일일 텐데 하지만 사라 씨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표식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문신입니다. 양부모님의 말에 따르면 사라 씨가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부터 왼쪽 팔에 문신이 있었다고 해요.


◇ 채선아> 3살 때 문신이 있었어요? 십자가 모양에 점 4개가 나란히 찍혀 있는 모양인데 아기의 몸에 문신을 새길 때는 굉장히 아팠을 것 같거든요. 아동 학대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 서정암> 이 문신의 의미는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양부모님도 처음에 이 문신을 보고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해요. 사실 예쁘지도 않고요. 그리고 미국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리면서 살아야 되는데 갓난아기 몸에 이런 문신이 있으면 좀 힘들 것 같기도 하고 행여나 다른 아이들이 놀려서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어떨까 걱정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양부모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되는데요. 문신 제거 수술로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사라 씨의 왼쪽 팔에는 희미한 흉터만 남게 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나중에 커서 찾아보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한테 "이 문양 아세요?" 이렇게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한국에서 혹시 이 문양이 어떤지 아세요?" 중국 사람 만나면 "중국에서 혹시 이런 문양 쓰나요?" 어떤 종교인을 만나면 "종교의 어떤 문양 아닌가요?" 이렇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아무도 이 문양을 확실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아무래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사라 씨의 친부모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이 문신의 실마리로 부모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에 그때도 이미지 검색 기능이라는 게 있었다면, 저는 자주 사용하거든요. 뭔가 물건을 봤는데 나도 똑같은 걸 갖고 싶다고 했을 때 검색하면 똑같은 비슷한 유형의 물건들이 나와요. 이 문신도 검색했을 때 어떤 종교 단체라든지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 서정암> 그렇죠. 사라 씨는 또 IT 업계의 CEO니까 검색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사라 씨는 어떻게 했냐면요. 우선 자신의 팔에 있는 문신을 펜으로 그대로 따라서 그렸다고 해요. 그러면 좀 더 선명하게 나오잖아요.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게 됩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서 한국의 입양 관련 단체 등에 자신의 사연과 함께 문신 사진을 올렸던 거죠. 그런데요. 이게 참 신기한 게 한국 사람들이 최대한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야 된다면서 사라 씨의 글을 퍼나르기 시작합니다.


◇ 채선아> "77년 전주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누가 가족을 찾습니다." 이런 글을 올린 거예요. 그러면 한국 사람들은 정이 있기 때문에 그냥 못 지나친단 말이에요. 그래서 퍼다 나른 거죠. 실제로 도움이 좀 됐나요?

◆ 서정암>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문신을 SNS에 찍어서 올린 지 한 달 뒤에 사라 씨는 믿을 수 없는 메일을 한 통을 받게 되는데요. 입양 단체의 한 활동가에서 온 소식이었는데 메일에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사라 씨 같은 십자가 문신을 한 남성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딱 메일이 온 거예요.

◇ 채선아> 그런데 이 문신이 어디 유행하는 타투 같은 그런 느낌도 아니거든요. 이거 분명히 둘이 뭔가 관계가 있다는 추측이 드는데요.

◆ 서정암> 이 남성은 또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8살 때부터 이 문신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사라 씨가 어릴 적 헤어진 자기 여동생 같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여동생의 이름은 윤현경이라고 말했고요. 놀라운 건요. 사라 씨가 한국에서 불렸다는 이름도 윤현경이었습니다. 또 출생지가 전주라는 것도 똑같았어요.


◇ 채선아> 이 정도면 틀림없이 핏줄인 맞는 거 아닌가요?

◆ 서정암> 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나는데요. 마지막으로 '유전자 검사를 한번 해보자' 하고 해봤는데요. 두 사람의 유전자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거예요. 사라 씨는 이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또 오빠로 추정됐던 이 남성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냥 확인 차원에서 한번 해보자고 한 거였는데 다르다고 나왔으니까. 그래서 '유전자가 좀 다르다고 나왔지만 내 동생 같은 이 현경이가 잘 살고 있다는 소식만으로 만족하자', '여동생의 마음을 두 번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조용히 좀 넘어가 보자'라고 오빠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동안은 생사도 모르고 지냈는데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까 만나 보지는 못하지만 괜히 상처 주지 말고 이걸로 끝내자고 생각한 거네요.

◆ 서정암> 아무래도 유전자도 다르다고 결과가 나왔고 또 한국과 미국이 거리가 굉장히 멀잖아요. 그냥 그 정도 소식만 알고 정리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포기를 모르는 여자, 사라 씨는 달랐습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메일에 답장을 합니다. "오빠 저 한국 갈 겁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사라 씨는 9,400km 떨어진 미국에서 서울까지 날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지 약 5개월 만에 가족들을 직접 만나게 된 겁니다. 42년 만에 다시 만난 거거든요.

◇ 채선아> 친구도 아니고 가족을 몇 십 년 만에 만난다면? 그 감정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 서정암> 맞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42년 동안 생사도 모른 채 그리워한다는 건 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그래서 동생을 만난 큰오빠의 말이 굉장히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다고 합니다. "현경아 나 너무 그리웠고 또 너무 보고 싶었어."

◇ 채선아> 얼마나 하고 싶던 말이에요.


◆ 서정암> 그러니까요. 참 단순한 말인데 마음을 울리는 말인데요. 이제 그렇게 남매는 자신의 왼쪽 팔을 걷어서 팔을 맞대고 가족 증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 채선아> 지금 청취자분들이 댓글 보내주고 계신데 닮았다고 하시네요. 정말 너무 닮았죠. 그런데 어떻게 DNA가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

◆ 서정암> 그렇죠. 제가 좀 삼 남매의 비밀을 차근차근 알려드리도록 할 텐데요. 다들 궁금해하셨을 문신을 새긴 사람은 이 삼 남매의 아버지였다고 합니다. 큰오빠가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해요. "아버지는 가정 형편 때문에 우리를 보육원에 보내야 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마음을 먹고 우물가에서 우리들의 왼팔에 다 문신을 새기셨어요."

◇ 채선아> 큰오빠가 이걸 기억하고 있던 거예요?

◆ 서정암> 왜냐하면 큰오빠는 당시 8살이라고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좀 기억이 남아있을 나이죠. 삼 남매가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삼 남매를 보육원에 잠시 맡겨놓고 형편이 좀 나아지면 다시 데리고 올 생각이셨대요. 아버지가 아이들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팔에 문신을 그려 넣었던 거죠.


◇ 채선아> 혹시나 잃어버린다고 해도 이 문신으로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문신을 그려 넣은 거네요.

◆ 서정암> 지금 비록 우리 가족이 흩어지지만 다시 만나면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일종의 암호를 새긴 거죠. 십자가 밑에 점이 4개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하나는 아버지 그리고 둘은 두 오빠 그리고 하나는 현경 씨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런데 점이 4개잖아요. 그럼 엄마 점은 없어요?

◆ 서정암> 그렇죠. 잘 짚으셨는데요. 이게 바로 삼 남매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입니다. 알고 보니 사라 씨하고 두 오빠의 어머니가 달랐던 겁니다. 이건 오빠들도 모르고 있었던 사실인데요. 보통 DNA 검사는 보통 모계 유전자로 대조하게 됩니다. 그런데 엄마가 다르기 때문에 일치하지 않는 걸로 나왔던 거죠. 사실은 삼 남매의 작은 아버지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혹여나 상처를 받을까 봐 이 사실을 숨겨왔었던 거라고 합니다.

◇ 채선아> 이제라도 비밀을 풀어주셔서 다행인데 사라 씨가 안 찾아왔으면 어쩔 뻔했어요. 결국에는 남매가 맞았던 거잖아요. 그럼 아버지는 지금 안 계시는 건가요?

◆ 서정암>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2010년에 고인이 되셨다고 합니다. 8년만 좀 더 빨리 찾았으면 보셨을 수도 있는데, 2018년에 만났기 때문에 2010년에 고인이 되신 아버지는 보지 못했고요. 아버지는 약속대로 열심히 일을 하셔서 아들 2명은 보육원에서 데리고 왔다고 하고요. 그 뒤로 전주를 떠나서 경기도 동두천시에 정착해 둘째 아들과 함께 살다가 65살이 되는 해에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 채선아> 돌아가시는 날까지 찾지 못한 사라 씨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결국에 남매가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새겨놓은 진짜 문신 덕분이었어요.

◆ 서정암> 네 맞습니다. 42년 만에 상봉한 남매의 가족사진을 보면, 정말 보기 좋거든요. 지금 이 사진에는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어딘가에서 이 남매의 모습을 보시면서 흐뭇하게 웃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네, 오늘 여기까지 서정암 아나운서와 함께 결말이 참 흐뭇한 사건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서정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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