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10번’ 양보한 조영욱의 기대감, “린가드와 경쟁? 많이 배우고 싶어요”

정지훈 기자 2024. 2. 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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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지훈]


“린가드와 경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경쟁이라기보다는 배우면서 발전하고 싶다. 린가드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연령별 대표팀에서만 85경기 39골이다. U-14 대표팀에서 6경기 3골, U-20 대표팀에서 46경기 21골, U-23 대표팀에서 33경기 14골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연령별 대표팀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로 불리고 있는 조영욱이 어느 덧 프로 데뷔 7년차가 됐다. 1999년생으로 여전히 젊은 선수지만, FC서울에서 차지하는 그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조영욱은 “2018년에 서울에 왔으니, 어느 새 프로 7년차다. 작년에 후반기에 서울의 성적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이번 시즌은 정말 달라져야 하고, 무조건 성적이 나와야 한다. 개인의 성적과 팀의 성적을 골라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팀 성적을 선택할 것 같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모두 바뀌었다. 저 역시도 이제는 위치가 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팀의 핵심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팬들의 기대감은 크다. 김기동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캡틴’ 기성용을 지원할 선수로 ‘부주장’ 조영욱 단 한 명만 지목했고, 그만큼 책임감은 더 커졌다.


조영욱은 “확실히 부주장이라는 것이 책임감을 더 주는 것 같다. 저만 생각하기보다 팀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성용이형이 팀을 잘 이끌고 있기 때문에, 저는 중간 역할을 잘하면 될 것 같다”면서 개인보다는 팀을 언급했고,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팀을 위한 선택을 했다.


바로 등번호 32번. 조영욱은 동계 전지훈련 동안 10번이 새겨진 연습복을 입고 훈련을 했고, 서울의 상징적인 번호인 10번을 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가 영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기동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원하는 등번호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조영욱과 린가드가 모두 10번을 원한 것이다. 이에 부주장인 조영욱이 린가드에서 10번을 흔쾌히 양보했고, 린가드가 10번을 받게 됐다.


초심을 찾기 위한, 그리고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서울 관계자는 “조영욱 선수가 10번을 양보했고, 초심을 찾자는 의미로 32번을 선택했다. 이번 시즌 워낙 몸 상태가 좋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조영욱은 린가드와 주전 경쟁이 아닌 공존을 이야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함께 하면서 얻어가고 싶은 것이 많다. 포지션 적으로 보면 경쟁이겠지만, 경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K리그에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있는 것이 감사하다.(웃음) 경쟁이라기보다는 배우면서 발전하고 싶다. 린가드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FC서울 공격수 조영욱 인터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해 조기 전역했다. 서울로 복귀해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는데, 기분은 어떤가?


생각보다 팀에 일찍 복귀하게 돼서 좋다.(웃음) 시즌 중간에 들어오면 적응 시간도 필요한데, 시즌에 맞춰 전역을 한 후 동계 훈련에 합류하게 돼서 더 좋은 것 같다. (FFT: 연령별 대표로 워낙 많이 뛰다보니 동계 훈련을 100% 소화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맞다. 사실 가고시마도 두 번째다. 서울 입단 7년째인데, 두 번 밖에 오지 못했다. 동계 훈련을 같이 하니까, 몸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주어져서 좋았다. 김기동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팀을 새롭게 만드는 상황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원래라면 2024년 7월 15일 전역이었다. 그냥 좋다.(웃음) 금메달 획득한 후에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훈련소만 끝나면 집에 간다는 생각이어서 재미있게 했다. 군 입대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김천 상무에서 좋은 활약을 했기 때문에 황선홍 감독님이 대표팀에 발탁했다고 생각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는 없는 것 같다.


-태국 1차 훈련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들었는데, 성과는?


첫 번째 주가 진짜 힘들었다. 감독님께서 축구 선수에 맞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하시는데, 태국에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쉰 기간이 길었는데, 덕분에 몸을 빠르게 올릴 수 있었다. 신체적으로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중요하지만, 준비 과정은 정말 좋다.


-황선홍, 최용수 등 어려 명장들을 만났는데, 김기동 감독은 어떤가?


김기동 감독님만의 색깔이 확실히 있으시다. 추구하는 축구가 확실하다.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수 도 있지만 선수들 스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고, 보는 팬들도 재미있는 축구를 보게 될 것 같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전방에서 압박하는 타이밍과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공격수들도 수비를 해야 한다.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 개인적으로도 전방에서 많이 뛰면서 찬스를 만들고 싶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측면과 최전방을 오갈 수 있다. 이번 시즌은?


두 포지션 모두 좋고, 어디에서 뛰든 상관없다. 뛰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님이 지시를 해주시는 대로 뛰고 싶다. (FFT: 개인적으로는 최전방이 더 좋은 것 같은데?) 2023년에 상무와 아시안게임 대표로 활약하면서 스트라이커가 맞나? 이런 생각도 했는데, 포지션 보다는 들어가서 좋은 활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히 측면과 전방을 오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서울의 레전드 기성용이 재계약을 체결했다. 선수단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동료로서, 팬으로서 서울에서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딱 4명이 있다. 박주영, 고요한, 기성용, 오스마르. 주영이형이 울산에 가기 전에 이야기를 많이 했고, 요한이형과도 이야기를 했다. 성용이형은 사실 믿고 있었다. 재계약을 하기 전까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지만, 후배로서 너무 든든하고 좋다. 성용이형에게 앞으로 좋은 순간만 있었으면 좋겠다. 확실히 존재감이 다른 선수다. 저 뿐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이 아실 것 같다.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제가 서울 영상을 통해 ‘많이 못 기다린다’고 했는데, 솔직히 믿고 있었다. 성용이형한테 계속 훈련에 대한 이야기와 상황에 대해 전달해드렸다. 성용이형이 ‘야. 계속 안 알려줘도 돼’라고 말을 하시면서도 계속 물어보더라.(웃음)


-기성용과 함께 주장단에 포함됐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확실히 부주장이라는 것이 책임감을 더 주는 것 같다. 저만 생각하기보다 팀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성용이형이 팀을 잘 이끌고 있기 때문에, 저는 중간 역할을 잘하면 될 것 같다. (FFT: 과거에 고요한이나, 나상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말 안 듣는 선수가 조영욱이라고 했는데,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그렇다.(웃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요새 애들은 다르다.(웃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과거의 형들은 우리를 보고 그렇게 이야기했겠지만...존중하려고 한다. 형들과 후배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할 것 같고, 지갑을 많이 열어야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 중에 기대가 되는 선수는?


최준영 선수가 기대된다. 강동원 배우님의 조카로 유명해졌는데, 아직은 완벽하게 적응하지는 않았지만 적응만 하면 잘할 것 같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린가드가 서울에 오면서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훈련을 해보니 어떤가?


처음에는 왜 올까? 이런 생각을 했다. 이후에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세계적인 선수가 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재능이든, 노력이든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하면서 얻어가고 싶은 것이 많다. 포지션 적으로 보면 경쟁이겠지만, 경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K리그에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있는 것이 감사하다.(웃음) 경쟁이라기보다는 배우면서 발전하고 싶다. 린가드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서울이 지난 시즌 선두권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파이널B로 떨어졌다.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


작년에 군대에 있으면서도 서울을 정말 많이 응원했다. 후반기에 떨어져서 아쉬웠다. 이번 시즌은 정말 달라져야 하고, 무조건 성적이 나와야 한다. 개인의 성적과 팀의 성적을 골라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팀 성적을 선택할 것 같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모두 바뀌었다. 저 역시도 이제는 위치가 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 커리어에서 우승이 차지하는 의미는 꽤 크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을 했는데, 서울에서 트로피를 들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 같다


지난 시즌 김천 상무가 K리그2 우승을 했고, 그때까지도 상무 소속이기 때문에 우승을 해봤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서울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은퇴하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서울의 우승이다. 정말 좋은 상황이 나온다면 올 시즌이 될 수 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FFT: 김기동 감독과 함께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커졌는가?) 그렇다. 훈련 분위기도 정말 좋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친다. 시즌이 시작하고 나면 좋은 상황만 나올 수 없겠지만,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계 훈련만 보면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분위기가 처지지 않고, 템포가 올라간 것이 느껴진다. 팔로세비치나 일류첸코는 아버지가 오신 것 같을 거다.(웃음) 감독님이 운동장에서 정말 열정적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겠지만 만들어간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국가대표에 대한 열망을 키워야 한다


모든 선수들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제 어린 선수가 아니고, 국가대표로 데뷔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마음이 더 커졌다.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표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은 당연하고, 잘해야 한다. 제가 서울에서 잘한다면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이번 시즌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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