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열심히 살다 쓰러진 당신에게 ‘닥터 슬럼프’[多리뷰해]
날고 기는 의사도 아프고 불행해요
박형식·박신혜, 로코 케미란 이런 것
‘닥터 차정숙’ ‘닥터 슬럼프’…다음은?
의사가 주인공이지만 메디컬 드라마 아닌 로맨틱 코미디. 100억대 소송과 번아웃, 각자의 이유로 인생 최대 슬럼프에 빠진 남하늘(박신혜 분)과 여정우(박형식 분)의 ‘망한 인생’ 심폐 소생기를 그린 작품. 인생 암흑기에서 재회한 ‘혐관(혐오 관계)’ 라이벌 두 사람이 서로의 빛이 되어가는 과정이 따스한 웃음과 힐링을 선사.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3년의 휴식기를 보낸 박신혜의 복귀작. 박신혜가 번아웃에 걸린 마취과 의사 ‘남하늘’, 박형식이 슬럼프에 빠진 성형외과 의사 ‘여정우’로 분해 ‘상속자들’ 이후 11년 만에 교복 입고 재회. ‘그 남자의 기억법’ ‘역도요정 김복주’ 등에서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을 선보인 오현종 감독, ‘간 떨어지는 동거’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필력을 인정받은 백선우 작가가 의기투합.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드라마. 총 16부작.
[줄거리]
첫사랑 아니고 원수. 전국 모의고사에서 공동 1등을 차지한 수재들. 부산 공부벌레 남하늘이 여정우와 같은 학교로 전학 오면서 하나의 왕좌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믹스 커피를 봉지째 삼키고,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워 뛰기 일쑤인 남하늘. 악착같이 하지 않아도 전교 1등 타이틀이 따라오는 수재 여정우.
유튜브 스타로 유명 성형외과 의사로 승승장구하던 여정우는 의문의 의료 사고로 한순간에 벼랑 끝에 내몰림. 100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려 순식간에 옥탑방 신세로 전락. 그런데 이곳에서 고교동창 ‘상원수’ 남하늘과 재회. 마취과 의사였던 남하늘은 번아웃 상태에 빠져 우울증 진단을 받고 사표를 던지고 나옴. 인생의 최악이자 세상의 끝에서 14년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소주 한 잔에 서로를 의지하고, 동질감을 느끼며 상처를 치유해나감. 친구와 연인 사이 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든다.
“왜 너를 보면 안심이 될까”라는 여정우, “왜 너의 한마디에 마음이 놓일까”라는 남하늘. 남하늘의 도움을 받아 결국 의료 사망사고의 누명을 벗게 된 여정우. 남하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본격 연애에 돌입하는 듯 하지만 곧 눈물의 이별. 두 사람의 이별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림.
[캐릭터 소개]
# “하루 17시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나는 죄인이었고, 멍청이였고, 온종일 욕을 먹으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보물섬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심하면서도 걸어갔다. 보물 상자가 텅 비어 있을지라도 내 손으로 열어볼 때까지 가고 싶었다.”
# “불현듯 마음의 균형을 잃은 채 무기력한 삶이 찾아올 때가 있다. 외롭고, 지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정서적 탈진의 시기. 혹은 누군가가 일부러 망쳐 놓기라도 하듯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그런 시기를, 우리는 흔히 슬럼프라 칭한다. 그리고 이런 시기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어떤 이유로든. 반드시 온다.”
# “내가 아프면서까지 지켜야 할 건 없습니다”
#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 자체가 자존심 상한다. 나는 가장 먹고 싶은 건 아꼈다가 제일 나중에 먹는 사람이야. 그래서 행복도 그렇게 미뤘어. 교수가 되면 맛있는 것도 더 맛있겠지, 교수가 되서 해외 여행가면 더 재미있겠지, 해외 여행도 1등석 타고 가면 더 재미있겠지. 그렇게 다 내일로 미룬 채 일만 했어.”
# “너는 너 자신을 너무 못살게 구는 것 같아. 사람들 눈치 신경 쓰지 말고 너부터 챙겨. 오늘의 네가 괜찮아야 내일의 너를 도울 수 있대”
# “쓸데없이 최선만 다하다 쓰러졌다. 힘내지 말고 쓰러져 있으라고. 우리 쓰러진 김에 좀 쉬자”
# “어떤 날은 쓰러진 채 하염없이 있고 싶고, 또 어떤 날은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어떤 날은 다시 일하고 싶었고, 또 어떤 날은 계속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살고 싶기도 했다.”
# “수십 개의 모종 중에 내 화분에만 싹이 나지 않았다. 일명 강남콩 사건.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번째 실패였다. 그쯤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은 강남콩 같은 것이라는 걸.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일도 있다는 것. 항상 애매하게 왔던 행복과는 달리 불행은 정확하게 왔다.”
# 박형식·박신혜, 넘사벽 케미스트리
‘상속자들’ 이후 11년 만에 재회한 박형식 박신혜. 첫 촬영부터 호흡이 척척.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 없었다니 오랜 친구같은 느낌. 티키타카 케미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 ‘풋풋’ 박형식과 ‘내공’ 박신혜의 밀당 케미스트리 점수는 ‘환산불가’. 학창시절 회상신에서 보여준 교복 비주얼 케미는 단연 최고. 오현종 감독이 “예상한 그림을 뛰어넘는 장면들이 쏟아졌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잘 녹아져 더욱 풍성해지는 마법이 일어났다”고 감탄했을 정도.
# 로코의 탈을 쓴 치유 드라마
번아웃에 빠지고, 슬럼프에 빠진 의사들의 아픈 이야기. 로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내 얘기 같아서, 내 친구 얘기 같아서 더 몰입되고 대사 하나 하나를 곱씹게 되는 드라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우울증, 번아웃, 슬럼프 등 ‘마음의 병’을 소재로 현실 공감. 우울증, 번아웃 등 무거운 소재를 유쾌한 터치로 그려내 몰입도 높임. 특히 남하늘 대사는 직설적이면서도 현실적. MZ세대 취향 저격으로 공감과 응원 부름. 훈계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위기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힐링 포인트.
# 막장·빌런 없어도 괜찮아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빌런 등 막장 요소 없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 OTT 등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만나는 햇살 같은 드라마. 의료진이 우울증에 걸린다는 점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떠오르기도 함. 감칠맛 나는 조연들과 사랑스런 주연들이 앙상블을 이뤄 꽉 채운 힐링을 선사. 지루할 때쯤 졸음을 퇴치하는 스릴러 요소도 등장. 여정우가 의료과실로 누명을 쓰고, 옥탑방에 녹음기가 설치되거나, 누군가 창문을 깨고 침입하는 등 ‘진범 찾기’ 등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
[쓴소리]
# 슬럼프 처방전 결국 ‘로맨스’?
과로 사회. 피로감과 무력감에 빠진 이들이 많다. 번아웃 극복방법에는 운동, 친구, 멘토 등 여러 방법들이 제시되지만 이 드라마는 나락으로 떨어진 지친 심신을 결국 로맨스로 구해낸다. 슬럼프를 꼭 멜로로 극복해야만 하는 걸까, 뻔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 ‘아는 맛’ 향연
10년 전에 봤던 그 조합, 교복 케미, 아는 맛. 더이상 궁금하지 않지만 편안해서 이질감은 없다. 이 드라마 역시 클리셰 가득하고 뒤로 갈수록 뻔해지는 느낌. 누명을 벗는 과정도 이게 끝일까 싶을 정도로 해결이 쉽다. 신선한 재미나 색다른 맛은 없다.
최고 시청률 12.4%로 종영한 ‘웰컴투 삼달리’ 후속으로 첫 방송에서 4.1% 기록. 이어 5.1%(2회), 5.1%(3회), 6.7%(4회)으로 상승세를 타다 설 연휴 여파로 6회에서 3.7%, 6회 3.9% 하락. 7회부터 다시 반등해 6%대로 회복. 해외 반응은 더 뜨거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한때 1위. 지난 달 29일부터 2월 4일까지 290만 시청 수. 102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한국 뿐 아니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다수 국가에서 1위 차지.
호
“공감하며 위로 받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재방 삼방까지 보는 중입니다. 완전 힐링 드라마입니다.” “연기 구멍 없고 비주얼도 최상이라 더 몰입이 잘돼요.” “‘닥터슬럼프’는 저에게 비타민입니다.” “슬럼프, 우울증이란 소재를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사람을 쉴새 없이 웃겼다 울렸다 찡하게 만드네요.” “박형식 배우님 작품을 이번에 처음 봤는데 로코에 최적화된 느낌”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드라마 같아요” “박형식 ‘도봉순’ 이후 최고 캐릭터” “서사를 뒤에 보여주는 형태가 좋아요. 정우 백억대 소송사건 에피도 반전 요소 좋았고.”
불호
“꾸역꾸역 넣지 말고 시청자가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걸 보여주세요” “떡밥 회수할 시점에 왜 갑툭튀로 삽질할까” “‘킹더랜드’만 왜 그렇게 욕 먹었나. 이 드라마도 클리셰 범벅이던데” “박형식 빼면 그저 그런 드라마” “‘닥터스’에서도 이성경 박신혜 라이벌로 나오지 않았나요?” “난 아무리 봐도 오누이 케미. 유부 주인공 로맨스는 몰입이 잘 안돼” “박신혜 엄마 장혜진(공월선)만 고군분투, 다른 조연들은 밋밋하고 매력없음”
[제 점수는요(★5개 만점, ☆는 반개)]
# 별점 ★★★★
진지함 벗고 체면 내려놓으니 계속 터지는 JTBC 드라마(진향희 기자)
# 별점 ★★☆
슬럼프를 꼭 멜로로 극복해야 하나요(이다겸 기자)
# 별점 ★★★★
이번에도 박형식의 재발견(문화부 기자)
[참견평]
의료공백 우려되는 작금의 사태에서…이 드라마는 패스(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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