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아 붉어지다 땅에서 다시 핀 꽃, 동백
동백 5000그루 섬 전체 물들여
1월에 피기 시작 3월 중하순 절정
송이째로 ‘툭’…처연한 아름다움
기암괴석 펼쳐진 바다도 볼거리
씨로 기름짜고 나무는 가구 제작
다른 꽃보다 개화가 이른 동백은
마치 겨울과 봄을 잇는 오작교 같다.
동백은 겨울부터 꽃을 피워
5월초까지 볼 수 있다.
매번 늑장 부리느라 꽃구경을 놓치는 이들을
동백만큼은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아름다운 동백을 찾아 ‘동백섬’으로 명성이
자자한 전남 여수 오동도로 향했다.
우수(雨水)를 지나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우중동백(雨中冬栢)’이 여행자를 맞이했다.
◆ 섬에서 두번 피는 꽃=오동도는 여수엑스포역에서 차로는 5분, 도보로는 30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된 이곳은 육지와 섬을 잇는 연륙교가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옛날엔 섬에 오동나무가 많이 자라 ‘오동도’가 됐다지만, 지금은 오동나무보다 동백이 많다. 섬에 뿌리 내린 5000그루 동백은 매해 1월 하순부터 꽃이 슬슬 피기 시작해 3월 중하순에 절정을 이룬다.
오동도 입구에서부터 섬까진 걸어서 15분이 걸린다. 직선 768m 길이인 연륙교를 걸으며 여수 바다를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오동도에 다다른다. 입구에 있는 ‘동백열차’를 타고선 5분 만에도 갈 수 있다. 연륙교를 지나면 나오는 갈림목에선 오른쪽 길을 선택해 한바퀴 도는 걸 추천한다. 완만한 능선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아이도, 어르신도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빨리 걸으면 30분 안에도 섬 전체를 산책할 수 있다. 오동도에 온 것을 환영하듯 동백꽃이 먼저 나타나 반긴다. 듬성듬성 핀 꽃은 안쪽으로 갈수록 활짝 펴 군락을 이룬다. 오동도의 동백은 일반적인 동백보다 작고 촘촘하게 피는 게 특징이란다.
누군가 동백은 두번 꽃이 핀다고 했다. 나무에 꽃이 폈을 때 한번, 땅으로 떨어져서 또 한번이란다. 동백꽃은 한잎씩 지는 벚꽃과는 보는 맛이 또 다르다. 한송이가 뭉텅이로 툭 하고 떨어지는데, 비가 오는 날이라 사방에서 동백꽃이 툭툭 하고 묵직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붉은색이 가장 아름다울 때 한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니 그 아래마저 동백꽃밭을 이룬다. 동백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조매화(벌이 아닌 새가 수정해 피는 꽃)다. 벌이 동면하는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덕분에 동백숲 중간에 서면 여기저기에서 울어대는 새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린다.
섬 중간에 자리한 찻집에선 동백차를 마실 수 있다. 지나는 이들이 곳곳에 동백꽃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은 자연 포토존도 여러 군데 있다. 동백을 감상하다 조금만 고개를 내밀면 여수 바다가 펼쳐져 어딜 봐도 절경이다. 입을 쩍 벌리고 파도를 맞이하는 용굴이나 기암괴석도 볼거리다. 동백은 여든에 이른 할머니도 소녀처럼 만든다. 친구들끼리 “진숙아” “미영아” 하며 “사진 찍게 이리 와!” 외치더니 붉은 꽃밭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긴다.
전남 광양에서 여행 온 이숙희씨(78)는 “유명하다는 동백 여행지를 많이 가봤지만 옆에 바다가 있는 오동도는 더욱 아름답다”며 “친구들도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동백꽃밭에서 노는 것 같아 신기해한다”고 좋아했다.
◆ 기름으로도, 빵으로도 동백의 변신=동백은 꽃만 보는 게 아니라 씨와 꽃잎, 심지어 나무줄기까지 유익하게 쓸 수 있다. 씨에서 기름을 짜면 동백기름이 나오는데, 이를 머리카락에 바르면 윤기가 난다. 그 때문에 동백샴푸·동백비누 등도 인기다. 수분크림과 클렌징폼 같은 제품으로도 만들어진다. 동백꽃을 말려서 끓인 물에 넣어 우리면 동백차가 된다. 동백차는 피를 맑게 하고, 식도와 위 건강에도 좋다. 과거 산모들은 출산 후 피가 멎지 않을 때 동백차를 마셔 지혈했다고 한다. 단단한 동백나무는 가구나 얼레빗을 만드는 데도 사용했단다.
여수에선 동백꽃 모양의 빵도 만날 수 있다. 동백꽃을 본딴 ‘여수동백빵’ 화과자는 아래쪽엔 찹쌀떡, 속은 흰콩 소로 채우고 겉을 붉은 동백꽃처럼 형상화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다. 전남도 고령자 친화기업인 ‘여수꽃빵’에선 우리밀, 동백꽃 이파리 분말, 동백꽃 씨앗으로 만든 식초·청 등을 가미한 동백꽃빵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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