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좋아도 지방 근무는 싫어” 반토막 취업경쟁률…'신의 직장' 국책은행의 굴욕[머니뭐니]

입력 2024. 2. 25. 08:11 수정 2024. 2. 26. 17: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의 직장’ 국책은행 신입 경쟁률 ‘반토막’
지방이전 논의 가속화에 기피현상 나타나
낮은 임금인상률에 시중은행과 연봉 역전도
“인적 자원 유지하기 위한 유인책 마련돼야”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국책은행의 신입채용 경쟁률이 몇 년 새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는 가운데, 여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대두되며 지방 근무를 피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던 ‘임금 매력도’ 또한 시중은행에 비해 낮아지며 민간 금융사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책은행 신입채용 경쟁률 3~4년 새 ‘반토막’

2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80명 채용이 마무리된 산업은행의 2024년 5급 신입행원 채용에는 2436명이 지원해 경쟁률 30.45: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4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산업은행의 신입채용 경쟁률은 2020년 67.2:1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021년 49.8:1 ▷2022년 36.9:1 ▷2023년 30.1:1 등으로 꾸준히 줄었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 중심 은행으로서 가진 금융권 영향력과 높은 연봉, 수도권 근무 이점 등으로 금융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도 ‘A급’ 직장으로 여겨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이후 20대 대선 등을 거치며 부산 이전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 데다, 실제 이전 또한 본격화되며 취업시장에서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연합]

이같은 현상은 여타 국책은행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며 여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도 물꼬가 트였다. 현재 기업은행의 경우 대구·경남·대전 등에서, 수출입은행은 강원도, 부산 등에서 이전 유치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이 예정된 상황서 산은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21년 77.2: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기업은행의 신입행원 채용 경쟁률은 ▷2022년 41.8:1 ▷2023년 46.3:1 등으로 급감했다. 수출입은행의 전문직행원(일반) 채용 경쟁률 또한 2019년 74.8:1로 치솟았지만 ▷2021년 44.1:1 ▷2022년 33.2:1 ▷2023년 30.8:1로 꾸준한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국책은행을 택하는 수요가 많았던 데는 안전성과 연봉 수준은 물론, 수도권 근무 비중이 높다는 이점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큰 장점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니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억대 연봉’ 반열 들어선 시중은행…국책은행 매력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연합]

직원 처우 등에서도 민간 금융사에 비해 경쟁력이 줄어들며, 국책은행 기피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국책은행들의 연봉 인상 속도는 주요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사에 비해 모자라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직원 평균연봉은 1억1275만원으로 3개 국책은행 평균(1억929만원)과 비교해 346만원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4대 은행의 평균연봉은 9300만원으로 3개 국책은행(1억464억원)과 비교해 1164억원가량 낮았다. 하지만 최대 연 7.6%의 인상률을 나타내며 매년 500만원가량 증가했다. 이에 반해 국책은행의 평균 임금은 최대 연 2.4%의 인상률을 보이며, 한 해 평균 100만원가량 증가에 그쳤다. 2022년에 들어서는 평균임금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취업준비생 수요를 좌우하는 신입사원 초봉에서도 민간 금융사의 이점이 도드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에 따르면 3개 국책은행의 2022년 기준 신입사원 초봉은 4983만원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은 별도의 초봉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국책은행에 비해 1000~2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인재 선점은 물론, 지방 이전 시 더 가속화될 수 있는 인력 유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책은행의 설립 취지가 국내 기업 및 산업 경쟁력 발전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인력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 이전 등 큰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인적 자원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유인책 등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