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3치 현안은 1개일까 2개일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동3치 현안이 원형 1개에서 2개로 복원됐다. 복원 오류이지만 한 장인의 소신과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기본 방어시설인 치가 화성에 여덟 곳이 있다. 북동치, 서1치, 서2치, 서3치, 남치, 동1치, 동2치, 동3치다. 이 중 동3치는 남수문에서 동쪽으로 높은 언덕에 있는 동남각루 바로 다음에 있다. 성 밖에서 보면 동3치에 현안이 2개 설치돼 있다. 모든 치에 현안이 1개씩 설치돼 있는데 왜 동3치만 2개일까?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었다. 1개가 맞는 것일까? 2개가 맞는 것일까? 답은 1개다.
그 근거를 보자. 첫째, 화성성역의궤 중 ‘치성도’와 한글판 뎡니의궤에서 ‘치성 외도’”를 보면 모두 현안이 1개다. 그리고 양쪽 의궤의 ‘화성전도’를 확대해 봐도 1개다. 둘째, 의궤에 치에 대해 “바깥쪽으로 현안 구멍이 1개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개가 원칙이다.
셋째, 의궤 도설에 보면 8개 치에 대해 공통으로 설명하고 끝낸다. 각각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항만 설명한다. 북동치는 북동적대와 붙어 있는 점, 서1치는 타구 위를 덮은 점, 서3치와 남치는 여장이 원성 안으로 들어온 점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동3치 현안이 성역 당시 2개였다면 당연히 기록됐을 것이다. 매우 특별한 점이기 때문이다. 언급이 없다는 것은 다른 치와 마찬가지로 1개라는 말이다. 정리하면 성역 당시 동3치 현안은 1개였다고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동3치 전면 폭이 넓기 때문에 2개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인해보자. 먼저 치 여덟 곳의 전면 폭을 살펴보자. 북동치 7.6m, 서1치 5.9m, 서2치 5.4m, 서3치 4.9m, 남치 3.8m, 동3치 7.6m, 동2치 6.1m, 동1치 6.6m다. 8개 치 중에서 동3치는 북동치와 폭이 같다. 이처럼 같은 폭인데도 북동치는 현안이 1개다. 포루(군졸)와도 비교해 보자. 이유는 의궤에 치와 포루에는 현안을 1개씩 설치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포루 중 동3치보다 전면 폭이 더 넓은 것은 동북포루 7.9m, 북포루 8.3m, 서포루 9.4m다. 그러나 이 세 곳 모두 현안이 1개씩이다.
이상 두 데이터는 폭이 넓다고 현안을 더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재확인해도 성역 당시의 동3치 현안 개수는 1개다. 그런데 현재는 2개다. 지금부터 ‘동3치와 현안 2개의 미스터리’를 풀어보자. 왜 2개가 됐을까? 그리고 언제 2개로 됐을까?
몇 개월 전, 필자와 가까운 고건축가 한 분이 사진 파일 두 개를 주셨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병풍도 그림이다. 화성전도가 포함된 6폭과 12폭 병풍도 2개다. 최근에 자세히 살펴보던 중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보게 됐다. 12폭 병풍도에는 현안이 1개이고 6폭에는 2개로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글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병풍도 자체로는 왜 2개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언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있다. 조건은 제작 연도다. 제작 연도는 언제일까? 제작 연도는 다른 학자의 자료에서 가져왔다. ‘화성연구회 학술회의’ 자료다. 수원화성박물관 한동민 관장의 ‘정조 이후의 화성을 그리다’ 주제발표 내용이다. 발표에서 제작 연대를 12폭 병풍도는 1814년에서 1824년 사이, 6폭 병풍도는 1831년 이후 작품으로 추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동3치 현안 수는 성역 완료 1796년에 1개, 1824년에 1개, 1831년에 2개가 된다. 따라서 현안이 1개에서 2개로 변동된 시기는 1825년부터 1830년 사이로 볼 수 있다. 이로써 2개로 바뀐 시점이 밝혀졌다. 그러면 왜 2개가 됐을까? 필자는 1825년과 1830년 사이 어느 날 ‘붕괴해’ 복원공사 중 2개로 ‘바꿨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본다. 타당한 근거도 있다.
먼저 붕괴에 대한 근거다. 치에서 현안을 1개에서 2개로 변경하려면 두 경우뿐이다. 의도를 갖고 모두 부수고 2개로 바꾸는 경우와 자연재해로 붕괴해 복원할 때 2개로 바꾸는 경우다. 현안을 2개로 늘리려고 일부러 동3치를 해체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성역 이후 홍수로 붕괴해도 예산 부족으로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된 기록이 있다. 따라서 자연재해로 붕괴해 복원하면서 2개로 바꿨다는 것이 타당하다.
치의 현안은 부분 개조공사가 불가능한 구조다. 기둥이나 보가 있는 라멘구조가 아니라 돌로 쌓은 적층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안을 1개에서 2개로 바꾸려면 전면을 모두 뜯어내야 한다. 전면을 뜯으려면 치 전체의 60에서 70%는 해체해야 가능하다. 부분 개조 공사가 불가능한 이유다. 현안은 1개일 경우 정중앙에 위치하고 2개일 경우 3분의 1 지점과 3분의 2 지점에 있으므로 전면을 모두 해체해야 가능하다.
다음 ‘바꾸다’에 대한 추정이다. 복원을 담당한 장인은 대규모 공사가 아닐 경우 설계, 시공, 감동을 겸해 재량권이 있는 편이었다. 현안의 기능을 잘 알고 동3치의 전면 폭이 유난히 넓은 것을 알고 있는 장인이기에 복원 중 2개로 늘린 것이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 된다.
복원을 원형대로 하지 않은 잘못은 있으나 장인의 분석력과 소신은 인정해줄 만하다. 하지만 그 장인은 현안 수량을 정하는 규범까지는 몰랐다. 이것이 장인의 한계다. 동남각루 쪽으로 가까이 보내고, 폭도 넓혀, 방어력을 증강한 동3치에서 한 장인의 소신과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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