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포병을 떨게 하는 ‘비밀 병기’는···장사정포 무력화 하는 ‘대포병 레이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2.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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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포격 도발시 원점을 실시간 파악
10초 내 북 장사정포 포탄 감지가능
수 개의 포탄 발사 위치를 동시 파악
탐지 60km 내외 미사일까지 포착
‘아서’(ARTHUR) 대포병 레이더 시스템. 사진 제공=사브
[서울경제]

북한이 포격으로 도발하면 도발원점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우리 군의 대화력전 핵심 장비는 ‘대포병 (탐지)레이더’다. 적이 사격한 포탄의 탄도학적 궤도를 분석해 역으로 상대방의 위치를 알아내 반격하도록 지원하는 장비, 포병을 편제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보유하고 있다.

우리 육군이 보유한 지상군의 실시간 대화력전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대포병 레이더는 두 가지다. ‘AN/TPQ-36·37’과 ‘아서’(ARTHUR) 대포병 (탐지)레이더다. 추가로 하나 더 있다. 군단급에서 운영할 대포병 (탐지)레이더를 국내 기술력으로 연구개발하는 ‘대포병 (탐지)레이더-II’ 개발 사업을 추진해 도입한 ‘AN/TPQ-74K 천경’이다. 국산 자체 개발한 ‘능동위상배열’(AESA)에 속한다. 가장 최신 기종으로 연속운용시간이 18시간, 탐지거리는 60 km 이상에 달한다. 10초 이내에 날아오는 북한 장사정포 포탄을 감지한 뒤 비행 궤도를 역추적해 도발 원점을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한국군이 사용중인 스웨덴산 ‘아서-K’보다 탐지거리는 1.5배 이상 길고, 한국 기후에 맞게 설계돼 악천후 속에도 운용할 수 있다.

‘AN/TPQ-37’, 50㎞ 밖 포탄·로켓탄 탐지

록히드마틴사가 생산한 AN/TPQ-36은 탐지거리 25km,탐지각도 90도로 주로 로켓과 대포, 박격포탄을 탐지할 수 있다. 험비차량으로 견인한다. 반면 좀 더 큰 AN/TPQ-37은 탐지각도는 36과 같지만, 탐지거리 50km정도로 지대지 미사일도 탐지가 가능하다.

이처럼 AN/ TPQ-36은 북한 갱도·동굴 진지 등에서 발사된 북한군 장사정포(240㎜ 방사포·170㎜ 자주포 포함하는 용어)나 해안포 포탄 10개를 동시에 포착해 어느 지점에서 발사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보다 탐지거리가 긴 AN/TPQ-37은 50㎞ 밖에서 날아오는 포탄 및 로켓탄까지 잡아낸다.

탐지거리가 짧은 AN/TPQ-36은 ‘대(對) 포병 레이더’로 불린다. AN/TPQ화면에서 해안포와 자주포 포탄은 점으로 나타나지만, 240㎜ 방사포의 탄은 길이가 5m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레이더 화면에 실선으로 나타나 손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대당 가격은 AN/TPQ-36이 37억 원, AN/TPQ-37이 147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탐지 방식은 레이더가 90도 각도의 영역을 스캔해 레이더 쪽으로 다가오는 로켓이나 대포 또는 박격포 사격을 탐지한다. 발사된 포탄이나 로켓이 최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최초의 발사 궤도만 추적하며, 레이더에 설치된 프로그램으로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발사 원점을 역추적 계산한다.

자료: 방위사업청

최근에는 더욱 진화한 ‘AN/TPQ-53’ 기종이 나왔다. 이 시스템은 5t 트럭 두 대로 구성됐다. 레이더 작동각도는 ‘90도’와 ‘360도’ 두 가지다. 첫 번째 트럭에 탑재된 레이더는 본래 아군 진영으로 날아드는 로켓탄과 야포탄, 박격포탄을 추적해 보복사격을 위해 발사원점을 찾아낸다. 두 번째 트럭은 작전통제소와 발전기 등을 수용한다.

이 레이더는 드론을 식별해 추적할 수도 있다. 야전에서 쓰이는 전술 드론은 포탄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지 않고 기동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공중에 완전히 정지한 상태로 체공하는 등 포탄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여 탐지하기 어렵다.

다만 포탄과 거의 같은 고도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착안해, AN/TPQ-53의 능동주사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복수의 드론을 탐지, 식별, 추적, 식별해 관련 자료를 지휘통제소로 송신할 수 있는 강점을 갖췄다.

미 육군은 2010년 이후 AN/TPQ-53 레이더를 배치해 구형인 AN/TPQ-36과 AN/TPQ-37 파이어파인더를 교체하고 있다.

‘아서’ 탐지 60km·100여개 표적 추적

방위사업청은 2006년 대포병탐지레이더(WLR-X)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제 2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스웨덴의 아서(ARTHUR) 대포병탐지레이더 도입이 결정됐다. 아서는 기존 군이 사용하고 있는 AN/TPQ-37 대포병 탐지레이더와 호환이 가능해 성능과 경제성이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서(ARTHUR)는 포병(ARTillery), 사냥(HUnting), 레이더(Radar)를 합성한 용어이다.

WLR-X 사업은 2차로 나뉘어 진행됐다. 1차는 국외상업구매 방식으로 제조사로부터 직접 수입하는 방식으로 2009년 12월까지 전력화됐다. 2차는 원 제조사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 LIG넥스원에서 생산해 2015년 12월까지 전력화를 마무리하는 계획이다.

최초 장비는 스웨덴 전자통신기업 에릭슨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Erricson Microwave Systems)이 개발한 C-밴드의 수동위상배열(passive phased array) 레이더를 헤굴란드(Hagglunds)사가 제작한 Bv-206(Bandvagn-206) 궤도형 다목적 차량에 탑재한 형태로, 기본형인 모드(mod)-A 이후 B·C·D형으로 계속 개량됐다.

이 레이더 체계 중량은 4.5톤으로 비교적 경량이다. 레이더와 차량이 일체화돼 기동성이 우수하고 운용도 편리하다. 최대 탐지범위가 60km에 달한다. 적의 전파 방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전자전(ECM) 능력과 분당 100여 개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는 성능도 갖췄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에서 소개된 대포병탐지레이더 천경의 모습. 사진 제공=국방일보

대포병탐지레이더-II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시키는 대화력전 수행체계의 핵심장비다. 유사시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쏠 경우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하고 비행 궤도를 역추적해 장사정포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그 정보를 포병부대에 자동으로 전파한다. 이를 토대로 포병부대는 실시간으로 북한군의 도발 원점을 파괴하는 게 가능하다.

그 핵심이 ‘AN/TPQ-74K 천경’으로, C-밴드의 다기능 대포병 (탐지)레이더다. 기존 AN/TPQ-36·37와 아서-K에 적용된 수동위상배열 방식이 아닌 최신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로 송·수신모듈(TRM·Transmit and Receive Module)도 질화갈륨(GaN·gallium nitride) 소자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갈륨과 암모니아를 약 1100℃에서 반응시켜 얻어내는 GaN은 갈륨비소(GaAs) 소자와 비교해 7배 이상의 높은 전력밀도 및 전력효율을 얻을 수 있다.

‘AN/TPQ-74K’ 탐지·연속운용 능력 2배↑

이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소형화에 강점을 발휘해 미국 AN/TPQ-53/65 대포병탐지레이더 등 최신형 레이더 장비에 적용되고 있다.

천경은 이같은 첨단 기술 덕분에 탐지범위와 연속운용능력이 아서-K에 비해 30∼40% 증대돼 2대를 교차 운용할 경우엔 주·야간 및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전천후로 365일 지속적인 작전운용을 할 수 있다. 또 동시 표적처리 능력이 약 2배 높아져 다수의 적 사격원점 정보를 아군 포병에 실시간 전송해 적 도발 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

천경의 국산화율은 최초 양산시 약 95%인 것으로 발표됐다. 고장시 신속하고 원활한 군수지원 보장이 가능하고 작전 공백 없이 완벽한 임무 수행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이 때문이다. 외산 대비 수리 및 정비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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