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 먹으려고 ‘생수’ 마셨는데…우리 가족에게 이런 날벼락이? [생활 속 건강 Talk]
생수 1ℓ서 미세입자 24만개 검출
화장품·세안제·치약에도 있어
임산부 탯줄로 뱃속 태아에 전달
생식능력 억제...사용 줄여야
최근 생수병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상당수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이 여성의 생식 능력과 뱃속 태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가급적 생수병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21일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생수 1리터에서 검출된 플라스틱 입자가 24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을 여과하는 과정, 물을 생수병에 담는 과정, 생수병의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생긴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특히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독일 라인마인응용과학대학에서도 입증했다. 라인마인응용과학대학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생수병을 1회 개봉할 때 1리터당 131개 미세플라스틱 입자(MPP)가 검출됐다. 11번 여닫은 후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242개에 달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수병 뚜껑을 여닫는 횟수가 많을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밀라노대학 연구팀은 뚜껑을 여닫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뚜껑과 병목 부분이 마모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생수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세안제, 치약, 의약품, 세탁세제 등에 사용되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인 마이크로비드(microbead)는 이제 사용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제품들이 하수구에 버려지면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들이 사람들의 식탁 위에 반찬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성인 한명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장 정도의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을 넘어선 나노플라스틱도 빈번히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분석한 플라스틱 입자에서도 나노플라스틱이 90%가량 검출됐다. 통상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5mm~1μm 정도이며, 나노 플라스틱의 크기는 1μm(1000 나노미터) 이하다. 1nm(나노미터)는 1μm(마이크로미터)의 1/1000 크기다.
김영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플라스틱은 몸 속에 들어오기 전에 걸러지거나 몸 밖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노 플라스틱은 DNA(유전자) 크기 정도로 작기 때문에 어디든지 침투할 수 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입자가 작은 플라스틱은 혈관을 통해 폐와 뇌, 태반, 모유, 고환(정자)에서 검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가공을 위해 사용하는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같은 화학성분(가소제)이 유해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세플라스틱에 붙어 다니다가 미세한 크기로 분해되는데 이때 환경호르몬 같은 여러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세 번째는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이는 미생물이 잘 들러붙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 자체뿐만 아니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화학물질과 미생물이 합쳐져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여성의 경우 혈관이 많은 자궁이나 난소 같은 생식기관에 침투해 생식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임신부뿐 아니라 뱃속 태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서북농림 과기대학 연구팀이 미세플라스틱을 임신한 쥐에게 먹인 결과, 태어난 새끼 쥐에서 저체중 현상이 나타났다. 또 임신 중 엄마 뱃속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쥐 역시 난자 성숙도가 떨어지고 수정률과 배아 발달 수준도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의 또 다른 연구팀은 조산아들의 양수를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양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임산 28주 이후부터 양수의 주성분은 아이의 소변으로, 양수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것은 엄마 태반과 탯줄을 통해 아이에게 미세플라스틱이 전달됐다는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여성 건강, 특히 생식능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어디든 존재하고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과학적인 접근과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미세플라스틱을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사용을 자제하는 것뿐이다.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대체재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과학기술 관계자들과 협의체 정책을 만들어 대응해야 하고, 기업은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같은 신소재나 새로운 가소제를 개발해야 한다”며 “개인도 자신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 종이컵이나 생수병, 물티슈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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