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티셔츠가 10만원, 비싸도 너무 비싸” 생산원가 내려도 소비물가는 폭등…얌체 '편승 인플레'[머니뭐니]

2024. 2. 2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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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동복 생산물가 1.5% 늘 때, 소비물가는 16.4% 폭등
최근엔 생산비용 줄었는데도 올라…비싸도 사는 소비성향
아이 물건엔 돈 안 아껴…‘편승인상·배짱마진’ 불렀을 우려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서 한 시민이 아동용 책가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 “손바닥만한 티셔츠 한 장도 10만원이 넘더라고요”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전 지인 아기의 돌을 맞아 선물을 사러 백화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니트나 모자를 생각하고 찾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도 부담일 정도’란 생각에 겨우 고른 것이 스포츠 패션브랜드에서 나온 아기 운동화였다. A씨는 “아기 선물을 사러 간 것인데 장난감이나 헤어밴드 등 악세서리류를 제외하곤 가볍게 지인끼리 선물하기에 가격이 너무 비쌌다”고 했다.

유아동복 소비자물가지수가 2년 사이 16.4%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고작 1.5%에 불과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본적으로 기업비용, 즉 생산원가와 관련된 지표다. 지난 2년 간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었지만, 유아동복의 생산비용은 그다지 늘지 않았단 얘기다. 그런데 소비자 가격은 크게 뛰었다. 과도한 유통 마진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아이 물건은 가격을 보지 않는 소비성향을 이용한 편승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

생산비용 줄었는데, 가격 올린 유아동복

25일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유아용의복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복제품 생산물가는 3.8% 뛰었다. 여성용정장과 자켓은 각각 5.9%, 8.9% 상승했다. 유아용의복 생산자물가가 다른 의류 품목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유아동복 소비자물가는 다른 의류 못지 않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1월 유아동복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6.5%를 기록했다. 전체 섬유제품 상승률(5.8%)를 0.7%포인트 상회했다. 여자외의(5.1%), 여자상의(6.0%), 여자하의(6.0%)보다도 높다. 생산원가는 뛰지 않았지만, 가격은 폭등한 셈이다.

시기를 2년으로 늘려 잡으면 더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1월 유아용의복 생산자물가는 2022년 1월과 비교해 1.5% 뛰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의복제품은 11.5% 폭등했다. 다른 의류 품목이 폭등하는 동안 유아용의복의 생산물가는 한은 물가안정목표치(2%) 이내로 관리된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에선 유아동복(16.4%)가 전체 섬유제품(11.5%) 상승률을 훌쩍 뛰어 넘었다.

애들 옷은 비싸도 산다

전문가들은 소비성향을 이용한 편승 가격 인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이 물건은 가격과 상관없이 사는 성향을 이용해 과도한 유통마진을 붙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 유아동복은 가격 탄력성이 낮은 품목으로 분류된다. 백화점은 가격 탄력성을 근거로 층수를 배치한다. 저층이면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이 들어서고, 올라갈수록 그렇지 않다. 그래서 1층엔 화장품 매장이 들어서고, 그 위엔 여성의류, 그 다음 층에야 남성의류가 배치된다. 그런데 유아동복은 그보다도 윗층이다. 유아동복은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을 예로 들면 강남점 아동 매장은 10층에 위치해 있다. 꼭대기 층인 11층이 식당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윗층이다. 경기점(8층), 광주(6층), 대구(7층), 마산(7층), 센텀시티(6층), 의정부(8층), 타임스퀘어(8층) 등 대부분이 그렇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베페 베이비페어'에서 한 아기가 유아차에 앉아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
“유통과정 마진 문제일 수 있지만…단정 어려워”

생산자물가는 통상 소비자물가에 선행한다. 생산물가와 소비물가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결국 유통 문제일 수 있다.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마진이 붙으며 가격 차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붙은 것일 수 있다”며 “생산비용이 낮아도 수요가 엄청 좋다면 비싸게 판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간 마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 경영방침 문제”라고 분석했다.

다만, 산업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한은 관계자는 “유아동복 시장에선 항상 그 정도 마진을 붙이는 관행적 상황일 수도 있다”며 “생산물가와 소비물가 사이엔 여러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비싸야만 팔리는’ 트렌드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 아이 물건은 최고급으로 사고 싶은 마음이 비용 감소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엔 베이비 디올 선물 매장이 입점키도 했다. 라인은 유아용 클렌징 폼 ‘라 무스 트레 퐁당’(11만2000원), 클렌징 워터 ‘르 오 트레 프레쉬’(11만2000원) 등이다. 클렌징폼 하나에 10만원이 넘어가지만 사람이 몰린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아이 한 명에 온 가족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에 힘입어 지난해 수입 아동 부문 매출이 15% 증가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급 제품이 들어오면서 달라지기도 하고, 또 신상품이 나오면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며 “세일 수준이 소비자물가에 정확하게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많은 요인이 있어 생산물가와 소비물가 차이를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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