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웹툰 씨앗 뿌려 현지 웹툰 수확"…해외 작가 발굴하는 플랫폼

김경윤 2024. 2. 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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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올림푸스' 차기작 찾는 네이버웹툰…현지 문화 녹인 작품으로 독자 확장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이 세계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린 지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네이버웹툰이 2014년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종이 만화책에 익숙한 해외 독자들에게 웹툰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해 다양한 한국 웹툰을 번역해 소개했다.

이 단계를 넘어 요즘 네이버웹툰이 공을 들이는 작업은 바로 현지 작가가 만든 웹툰을 발굴해 키우는 일이다.

'캔버스', '인디즈' 등 해외 아마추어 플랫폼에서 웹툰을 발굴한 뒤 인기 있는 작품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 한국 또는 제3국에 서비스하고, 단행본 출간과 영상화 등 지식재산(IP) 확장 사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영어 작품인 '로어 올림푸스'를 발굴해 성공시켰다. 이 경험을 토대로 최근에는 북미 웹툰 '언오디너리', 일본 작가가 그린 '선배는 남자아이', 인도네시아의 '파수트리 가제' 등을 기대작으로 꼽고 있다.

영어권에서 누적조회수 12억회 기록한 현지 웹툰 '언오디너리'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만화상 휩쓴 '로어 올림푸스' 다음은…일본·프랑스 등 현지작 눈길

외국인 작가가 그린 웹툰 가운데 가장 성공한 작품은 '로어 올림푸스'다.

뉴질랜드 출신 레이철 스마이스가 만든 이 웹툰은 2021∼2023년 3년 연속으로 만화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하비 상을 받았고, 2022년과 2023년 아이스너 상, 링고 상까지 미국 3대 만화 상을 모두 휩쓸었다.

누적 조회수 13억회(이하 네이버웹툰 해당 언어 서비스 기준)를 기록했고, 현재도 부동의 인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셈이다.

네이버웹툰은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작품, 이른바 '넥스트 로어 올림푸스'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먼저 일본에서는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플랫폼인 인디즈를 통해 '선배는 남자아이'를 발굴했다.

이 작품은 2021년 일본 '다음에 오는 만화 대상'에서 웹 만화 3위에 올랐고, 2022년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프랑스에서는 '비커스 아이 캔트 러브 유'라는 웹툰에 주목하며 2022년과 202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현지 유명 출판사 뒤피를 통해 단행본을 펴냈다.

영어 웹툰 가운데 '로어 올림푸스'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웹툰은 '언오디너리'다. 누적 조회수가 12억회로, 지난해 영어 단행본도 출간됐다.

일본 라인망가 웹툰 '선배는 남자아이' [네이버웹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간 북미와 일본, 프랑스 등 대형 만화시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현지 웹툰이 싹트고 있다.

대만에서는 홍위안졘(洪元建) 작가의 농구 웹툰 '자이난다란치우'가 2015년 라인웹툰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뒤 꾸준히 인기를 얻어 일요웹툰 3위까지 올라선 상태다.

'파수트리 가제'를 그린 아니사 닛피하니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원래 출판 만화를 했고, 라인웹툰 PD가 함께 일하자고 먼저 제의했다"며 "새 포맷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웹툰 형식 만화를 그려본 적이 없어 당시 공모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K-웹툰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현지 작가들 문화적 공감대 강점…"독자 저변 확대에 기여"

K-웹툰 잘나가는데 왜 현지 작가 발굴에 공들일까…"독자 저변 확대"

여전히 해외 웹툰 독자 사이에서는 한국 작품의 인기가 높다.

'여신강림', '외모지상주의', '재혼황후'를 비롯해 최근에는 '입학용병', '싸움독학' 등이 해외 플랫폼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처럼 한국 웹툰의 인기가 뚜렷함에도 현지 작가 발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현지 독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잘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태국의 인기 현지 웹툰 '아임 더 모스트 뷰티풀 카운트'는 성 소수자(LGBTQIA+)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태국은 웹툰 장르 분류에 LGBT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해당 소재의 인기가 높다.

대만의 경우 한국과 달리 판타지 웹툰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현지 작가들이 현실에 기반한 소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내 독자들의 갈증을 채우고 있다.

영어권의 '언오디너리'의 경우에도 북미에서는 인기가 없는 '왕따' 소재를 초능력 설정과 결합해 현지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이 같은 문화적 공감대 때문인지 현지에서 영상화도 잘 이뤄지는 편이다.

'자이난다란치우'는 대만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고, '파수트리 가제'는 지난 7일부터 인도네시아 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선배는 남자아이'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올해 후지TV를 통해 공개된다

현지 작품이 많아질수록 해당 국가에서 더 많은 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네이버웹툰은 이를 웹툰 생태계 조성이라고 설명한다.

웹툰이 '반짝 유행'에 그치거나 일부 마니아층의 문화가 되지 않고 생명력을 길게 이어 나가려면 현지 작가를 키우고 그들이 새로운 현지 독자를 모으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웹툰은 생태계를 만드는 '씨앗' 같은 역할이라고 봤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한국 웹툰을 '시드(seed) 콘텐츠' 삼아 초기 독자들을 모으는 한편, 시드 콘텐츠에 자극받은 현지 창작자들을 통해 해외 정서와 문화에 맞는 작품들이 더해진다"며 "현지 생태계가 구축되고 독자 저변이 확대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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