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에 전임·개원의, 일부 교수까지?…'의료 붕괴'로 가나
전임의, 임상강사, 일부 교수도 조짐
서울대 일부 교수 '겸직 해제' 논의
"정부, 긴급·중요 대책 빨리 내놔야"
의대 교수협 "앞으로도 진료 최선"
정부-의사단체 '중재자' 자처 주목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대다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한 가운데, 전임의마저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의료 대란이 더욱 확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94개 수련병원 전공의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냈고 69.4%인 7869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공의 단체행동이 본격화된 지난 20일 이후 사직서 제출자는 8000~9000명, 근무지 이탈자는 7000~8000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지속되면서 환자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복지부가 지난 19일부터 운영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는 나흘 간 총 189건이다. 대부분 수술 취소 또는 지연 사례다.
문제는 앞으로 의료 공백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 공백을 메울 전임의와 임상강사 일부도 오는 3월에 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집단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전임의 14명 중 10여명이 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병원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상강사·전임의 및 예비 임상강사·전임의 일동'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여기에 서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이들(전공의)과 함께 행동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 의대와 국립 의대 교수들은 병원 진료를 더 이상 하지 않고 학교 강의만 하는 '겸직 해제'를 논의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뉴시스에 "(겸직 해제를 주장하는) 일부 강성 교수들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국립대 의대 교수 대부분은 강의와 진료를 병행하는 '겸직교수'인데, 겸직을 해제하겠다는 건 병원 진료에서 손을 떼고 학교 강의만 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의료법상 불법 행위인 '진료거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진료거부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파견직인 겸직교수는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전공의 파업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서울 의대와 국립 의대 교수들이 이 같은 단체행동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각 병원 의사 중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가 대부분 이탈한 상황에서 전임의와 교수급마저 의료 현장을 떠나면 사실상 의료 체계가 붕괴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오는 3월3일 총궐기대회를 열고 조만간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시점 등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현재 이탈한 전공의는 주로 병원급 이상에 분포돼있는데, 의협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개원의가 휴진에 들어갈 경우 동네병원이 문을 닫아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공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전국 의대 교수 단체가 진료 현장을 지키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전날 오후 낸 성명서에서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필수불가결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선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교수협의회는 이어 "하루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이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환자에게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자신들이 정부, 의사단체와 대화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3일부터 보건의료재난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동시에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없이 희망하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한다.
또 지난 22일 제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한시적으로 응급실 전문의진찰료를 100% 인상하고 50개 권역·전문 응급의료센터 내원 후 24시간 내 수술시 100% 가산을 적용하던 것도 지역 응급의료센터 110개소까지 확대하고 가산율은 150%로 인상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입원환자 진료공백 방지를 위해 전공의가 수련하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업무제한을 완화하고, 전문의가 일반병동의 입원환자 진료 시 정책가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정부는 원활한 환자 이송·전원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전공의가 빠져나간 상급병원의 중증·응급 진료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과 전임의 등과 만남을 통해 조속한 현장 복귀 및 이탈 방지를 위한 소통도 추진 중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국장은 "양 측이 전혀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고 더 확대되는 모양새인데, 정부가 더 긴급하고 중요한 대책들을 빨리 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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