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스타 펀드매니저는 왜 ‘중소형株’를 주목하나 [유혜림의 株마카세]
“주주환원 없으면 주가도 제자리 복귀”
“세대교체 중소형주 주목…상속 재원 마련에 배당↑”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주주권익 요구 흐름은 단기에 끝나지 않고 자본시장의 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운용전략이 더욱 드러나도록 ‘주주환원’ 키워드를 펀드명에 넣는 이유다."
지난해 3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기존에 운용하던 펀드명(ACE차세대가치주액티브ETF)을 바꾸면서 알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최근 정부의 상장사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PBR 종목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1년 전부터 움직였던 것이지요. 최근 6개월 수익률만 20%에 달합니다. 같은 유형의 펀드수익률(4.9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죠. 증권업계에선 이 펀드매니저에 대해 "가장 많은 기업을 탐방한 중소형주 전문 운용역"이라고 평가합니다.
최근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가 그간의 종목 발굴 노하우를 담아 ‘주주환원 시대, 숨어 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특히 우량주 중에서도 '중소형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그는 왜 주주환원 시대에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유망하다고 주장할까요. 중견·중소기업의 승계문제 등 거버넌스 변화도 세심히 들여다보는 이유도 무엇일까요. 그가 생각한 '저평가 우량주'의 정의까지, 함께 들어봤습니다.
▶새해 정부가 '기업밸류업프로그램'을 예고하면서 '저평가주 찾기' 열풍이 상당합니다. 특히나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김기백 매니저=저PBR이라고 해서 다 저평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어요. 주주환원을 할 수 있는 회사들은 다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주주환원'까지 하는 저PBR이라면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요. 결과적으로 저PBR은 명목적인 값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주환원'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주주환원 활동에는, 배당과 자사주 정책이 있어요. 배당은 말 그대로 기업들이 챙긴 부를 투자자들과 나누는 행위이고,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들의 주당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부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창출할 수 있습니다.
▶'밸류업 수혜주'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기백 매니저=사실 기업규모나 섹터를 불문하고 주주환원 주인공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대형주보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더 큰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PBR 1배를 밑도는 중소형주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소형주(75.1%)와 중형주(56%) 모두 50%를 넘는데요, 그 만큼 소형주의 가치훼손이 가장 많이 크고 저평가가 가장 심하다는 얘기겠지요. 더 큰 성장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상장사 저평가 해소 정책을 펼친 일본만 살펴봐도 알 수 있어요. 실제로 대형주 저PBR주보다 중소형주 저PBR주의 수익률이 앞섰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평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김기백 매니저='세대교체 변화'를 주목해보세요. 대기업들의 경우, 일찍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경영 2·3세 세대 교체를 대부분 완료한 곳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중견·중소기업들은 이제 시작하거나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3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기업들의 창업주는 대부분 70~80대 나이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세대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오너의 세대 교체라고 함은, 자녀에게 승계하거나 사모펀드 매각하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어떤 방식을 취하든 여기서 오는 변화를 노려볼 수 있다는 거죠.
▶만일 승계를 택한다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요?
김기백 매니저=지배주주가 승계를 위한 상속 또는 증여 자금을 합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선 '배당'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시작부터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배당을 1~2년 받아서 내기에 충분할까요?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 5년이나 10년 단위로 계획해야 가능할 거예요. 그런데 현재 창업주 나이대는 70~80대가 많으니 승계 작업도 더 빠르게 진행되겠지요. 그렇다면 배당 상향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겁니다. 세대교체가 일어나기 전부터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겁니다.
▶승계 작업이 끝나면 배당이 멈추는 건 아닐까요?
김기백 매니저=아뇨. 더 빨라지고 더 확대될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세금을 위한 배당은 일정 기간 장기적으로 이뤄지고 배당성향은 정착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일 차세대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그렇게 충분치 않다면,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까지 나서면서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에도 나서겠지요. 여기에 저는 차세대 지배주주의 '역동성'도 주목해요. 그들은 1세대 오너와 달리 또 다른 성장 동력을 만들려고 할 겁니다. 이를 위해선 비영업자산을 매각하고 현금을 활용해서 신사업 투자에 나설 것이고 투자자들은 신성장 동력 발굴만으로도 열광할 거라 봐요.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면요?
김기백 매니저=사모펀드의 본질적인 속성을 이해해보자면, 대체로 회사를 사서 일정 기간 이내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겠지요. 사모펀드는 필연적으로 매수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거든요. 이 때문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를 실시하고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서 비영업자산 매각 등 자산효율화를 요구하면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려고 할 겁니다. 결국, 자녀 승계나 매각이나 주주환원 과정과 결과는 똑같아지는 셈이지요. 어떤 방식이든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주주환원이 강력해지고 성장 동기 가 뚜렷해지는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펀드를 운용할 때마다 생각하는 '우량주'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김기백 매니저=통상 우량주라고 하면 흔히 삼성전자나 포스코처럼 시총 규모가 큰 대형주를 떠올리는데요, 저는 더 넓은 의미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외풍에 흔들림이 없는 기업"이라고 정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황기와 불황기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금융위기가 닥쳐도 연구개발과 성장 활동을 접지 않을 정도의 현금흐름과 재무구조를 갖춘 곳을 뜻합니다. 잘 찾아보면요, 한국은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혼돈의 시기에도 매출 성장이나 이익하락을 최소한으로 방어한 중소형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충분히 장기투자할 만한 '우량주'가 아닐까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리서치팀 ▷유진투자증권 투자정보팀 근무 ▷주요 펀드(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한국투자롱텀밸류펀드·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 등)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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